
[스포츠서울] 부산은 ‘구도(球都)’다. 롯데 자이언츠의 기운이 온 도시에 가득하다. 프로야구가 쉬는 지금, 부산은 배구 에너지가 도시를 채운다.
지난시즌을 끝으로 안산시와 결별한 OK저축은행은 연고를 부산으로 이전해 새 시대를 열었다.
연고 이전은 프로스포츠에서 금기시되는 부정적 변화다. 오랜 기간 뿌리 내린 지역을 배신하는 셈이라 온갖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OK저축은행도 연고 이전 발표 후 원성을 들어야 했다.
2025~2026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OK저축은행의 연고 이전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이번시즌 부산 강서체육관 홈 경기에는 총 4만2414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경기당 평균 3263명. 남녀부를 통틀어 단연 1위다. 4일 KB손해보험과의 평일 경기에도 3120명이 들어와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단 한 시즌 만에 리그 최고 인기 구단으로 정착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OK저축은행 신영철 감독은 “부산에 배구가 처음 왔는데 이 정도까지 올라올 줄 몰랐다. 구단에서 홍보, 마케팅을 잘해준다. 야구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상당히 잘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디미트로프도 “우리 홈 경기장은 V리그 전체로 봐도 가장 열기가 뜨겁다”라고 덧붙였다.
적극적인 마케팅, 지리적 특성 등이 고스란히 흥행으로 이어졌다. OK저축은행 빠르게 부산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각 학교에 다니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유니폼을 입은 초등학생의 무료입장을 통해 부모를 유료 관중으로 유도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에서 강서구는 지리적으로 흥행에 불리한 곳이지만 김해나 창원 등 경남 서부 지역에서는 이동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관중의 20% 정도는 김해 쪽에서 유입된다”라고 밝혔다. 부산에 국한되지 않고 경남 지역 전체를 커버하는 셈이다.

경기 중 이벤트도 다른 팀과 비교해 더 다양하다. 양 팀 치어리더 간의 댄스 배틀, 가장 화려한 춤을 선보인 팬을 ‘팬 오브 더 매치’로 꼽아 경품을 증정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으로 체육관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경기 외적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다.
가장 중요한 성적도 뒷받침된다. OK저축은행은 이번시즌 홈 경기에서 10승 3패를 기록 중이다. 안방에선 그 누구를 만나도 두렵지 않은 팀이 바로 OK저축은행이다. KB손해보험전에서도 ‘도파민’ 터지는 4세트 역전극으로 승리를 만끽했다. 성적이야말로 최고의 마케팅이다.
V리그 전체로 봐도 OK저축은행의 부산 정착은 긍정적이다. V리그는 ‘수도권 리그’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탈피하고 전국구 겨울 프로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다. 부산·경남권 최초 배구팀으로 OK저축은행은 V리그의 확장을 돕고 있다. 한국배구연맹도 OK저축은행의 선택을 지지한다.
안산의 배구 팬에게는 미안하지만, 결과적으로 OK저축은행의 결단은 배구계 전체로 볼 때 ‘착한 연고 이전’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부산=배구팀장 we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