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제 설렘 포인트요? 모두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영화 ‘휴민트’는 차가운 이야기다. 진실과 밀도가 얼음 바다에 가라앉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인물들이 충돌한다.

그러나 그 차가운 세계의 한복판에는 의외로 가장 인간적인 감정, 멜로가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박정민이 있다.

박정민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휴민트’ 개봉 소감에 대해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었다”며 “아는 내용인데도 긴장하며 보게 되더라. 음악과 사운드, 편집이 더해지면서 밀도가 생긴 것 같다. 관객들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극 중 보위부 소속 박건 역을 맡았다. 러시아 총영사 황치성(박해준 분)을 감시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된 인물이다. 그러나 임무 수행 중 전 연인 채선화(신세경 분)와 재회하며 감시와 의심, 국가와 개인 사이에서 균열이 생긴다.

박건이라는 인물에 대해 박정민은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박정민은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고 늘 긴장한 채 움직이는 인물”이라며 “채선화라는 존재는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그를 더 예민하게 만드는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극 중 냉혈한 같이 그려지는 박건은 전 연인 채선화와 재회로 크게 흔들린다. 두 사람이 그리는 멜로는 ‘휴민트’를 움직이는 동력이기도 하다. 반면 박정민은 이 작품을 ‘멜로’라고 의식하며 연기하지 않았다.

“처음엔 낌새를 몰랐어요. 멜로의 표피를 쓴 영화라고는 생각을 못했죠. 그냥 어떤 한 인간이 감정적으로 무너지면서 생기는 선택들과 거기서 오는 것들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캐스팅이 완성되고, 촬영을 해나가면서 알게 됐어요. 신세경과 식당에서 만나는 장면을 촬영할 때야 ‘아, 이게 액션 영화가 아니구나’라고 느꼈죠.”

특히 박정민 표 박건은 채선화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린다. 심지어 목숨마저도. 박건이 그려내는 서툴고 거친 사랑은 오히려 더 절절한 순애보로 와 닿는다. 특히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가수 화사의 곡 ‘굿 굿바이(good goodbye)’ 무대에 함께 오르며 ‘국민 전 남친’에 등극한 박정민에게 있어 최적의 멜로 타이밍이다.

다만 박정민은 자신만의 설렘 포인트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 모두 착각”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전혀 의도도 없었다. 세상은 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이상한 선물을 주기도 하지 않냐. 그냥 그런 거다. ‘그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이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나를 좋아할까’ ‘이걸 어떻게 이용할까’ 이런 생각은 안 해봤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박정민 특유의 덤덤함으로 무장했지만 실제로 그의 현주소는 하늘 위다. 지난해 영화 ‘얼굴’에서 1인 2역을 맡아 커리어의 영역을 넓혔고, ‘국민 전 남친’으로 화제성까지 꿰찼다. 이어 이번 ‘휴민트’로 멜로까지 섭렵하며 박정민의 시대를 열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모든 일의 성패는 운이 7할을 차지하고, 노력이 3할을 차지하기도 한다. 결국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의미다.

“(화제성에 대해) ‘휴민트’ 팀이 좋아하는 것 같다. 주변에서 뜸했던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기도 한다. ‘드디어 네가 떴구나’라고 하는데 ‘내가 어디까지 떠야 떴다고 할래?’라고 했다.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연기로 들려드리고 싶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