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도대체 누구인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결국 작품을 모두 확인해도 누구라 확언할 수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의 사라킴(신혜선 분)에 대한 말이다.
마지막까지 신비로웠다. 진실과 거짓을 마음껏 오고가는 그의 종적에 결국 믿음은 포기하게 된다. 놀라운 건 신혜선의 연기다. 한 인물의 여러 가면을 그려냈을 뿐인데, 이름에 따라 오묘하게 다르다. 마치 1인 3역을 한 느낌이다. 여러 변주 속에서 ‘의뭉스러운 여인’이라는 키워드는 놓치지 않는다. 진짜인지 진짜를 완벽히 닮은 가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는 묘한 지점을 완벽히 그려냈다. ‘천의 얼굴’이 한 작품에서 구현됐다.

‘레이디 두아’는 가난과 열등 속에서 명품으로 계급 상승을 노리는 한 여인을 조명한 작품이다. 백화점 말단 직원에서 부두아라는 명품 브랜드 지사장까지 올라서는 과정을 담는다. 그 사이 이 여인은 목가희와 김은재, 사라킴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난다. 그 안에 진심은 없다. 오롯이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달려나갈 뿐이다. 그 사이 자신과 닮은 욕망의 여인 김미정(이이담 분)을 만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마주한다.
밝은 이미지든 차가운 얼굴이든, 언제나 수준 높은 연기를 펼쳐온 신혜선이 ‘레이디 두아’로 그간의 노력과 내공을 온전히 보여준 모양새다. 큰 흐름을 완벽히 타면서, 작은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그 많은 분량, 마구 변화하는 감정 사이에서도 단 한 순간도 거리끼는 지점이 없다. 신혜선이 서사의 전개는 물론 몰입마저 완벽히 담당한다. 사실상 신혜선의, 신혜선에 의한, 신혜선을 위한 작품이다.
목가희로서 정상적인 범주의 야망을 품었다가, 위기를 마주하고 무너지는 얼굴은 처연하다. 김은재로 변신해 여러 남자를 속여가며 막대한 부를 노리는 대목을 거쳐 사라킴이 되고 나서부터 드러나는 고고한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다. 김미정의 실체를 알게 된 뒤 어떻게든 품어보려 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분노를 쏟아내는 지점, 혹시 자신의 죄가 드러날까 불안해하는 얼굴은 연민을 이끈다. 모든 게 완벽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을 쫓은 형사 박무경(이준혁 분)과 심리전을 펼치다 서사를 뒤집는 묘수로 모두가 피해보지 않고 대국민 사기를 그려낸 대목에서의 아우라는 압도적이다. 신혜선의 브랜드가 확실히 명품이라는 걸 알려주는 시퀀스이기도 하다. 덕분에 작품이 끝나고서도 얼얼한 여운이 이어지며, 끝까지 사라킴의 정체를 파헤치게 된다.
절제된 연기로 신혜선 대신 작품의 현실감을 잡아준 이준혁을 비롯해 적재적소에 등장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모든 제작진의 노력 등 다른 이의 공이 적지 않겠지만, 그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내 커다란 몰입을 이끈 신혜선의 힘을 외면할 수 없다.
반응도 좋다. ‘레이디 두아’는 공개 직후 바로 넷플릭스 많이 본 작품 1위에 올랐다. 오랜만에 본 넷플릭스 명작이라는 호평도 이어진다. 회차마다 얼굴을 이리저리 바꿔 낀 신혜선에 대해서는 그저 놀랍다는 반응이다.

신혜선은 언제나 여자로서 매력보단 배우의 다양성에 집중해 왔다. 덕분에 코미디, 액션, 스릴러, 멜로,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그 많은 경험과 넓은 스펙트럼이 타이틀롤로 작품을 훌륭히 이끈 밑거름이 됐다. 차기작은 tvN ‘은밀한 감사’와 넷플릭스 ‘24분의 1 로맨스’다. 두 작품 모두 로맨틱 코미디다. 신혜선이라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