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캡틴’ 최민정(성남시청)의 올림픽 은퇴 선언에 그를 롤모델로 여기고 성장한 ‘새 기둥’ 김길리(성남시청)는 울먹이며 말했다.

최민정은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김길리에 이어 2위를 기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평창, 2022 베이징 대회에서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한 그는 비록 3연패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3회 연속 포디움에 올랐다. 또 통산 7번째 올림픽 메달(금 4·은 3)을 품으면서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이상 6개)을 제치고 한국인 올림픽 역대 최다 메달 신기록을 경신했다.

경기 직후 최민정은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며 이번 올림픽이 ‘라스트 댄스’임을 언급했다. 그는 “후련한데 눈물이 나오는 건 여러 감정이 교차해서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이제 올림픽에서 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역 은퇴는 향후 고민하겠다고 했으나 더는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를 누비진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번시즌 유독 아픈 곳이 많았다는 그는 “올림픽 무대에서 기록도 많이 세웠다. 내가 할 건 다한 것 같다”며 애정하는 후배인 김길리가 자신을 넘어 새로운 대들보가 된 것을 반겼다. 그는 “나도 전이경, 진선유 선배님 등을 보며 꿈을 키웠다. 길리도 나를 보며 꿈을 키우고 이뤄내서 기쁘다”고 했다.

반면 최민정의 이런 발언을 접한 김길리는 울컥했다.

한국 선수단에서 유일하게 2관왕과 더불어 3개의 메달을 품은 김길리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국체대 쇼트트랙 특강에 참석했다가 선수 길에 들어섰다. 이후 훈련장에서 만난 최민정, 심석희(서울시청)를 롤모델로 여기며 성장했다. 특히 최민정과 현재 같은 소속팀으로 친자매처럼 지낸다.

김길리는 “민정 언니랑 같이 올림픽을 한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데 포디움까지 올라가 기쁘다. 모르겠다. 마음이 너무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대선배의 올림픽 퇴단 소식을 접했으니 여러 감정이 교차할 법하다.

태극마크 ‘최민정 시대’는 막을 내리지만 그는 세계 쇼트트랙 역사의 위대한 선수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특히 2022 베이징 대회를 앞두고 직전 평창 대회 때 대표팀 동료의 고의 충돌 피해 의혹이 불거지는 등 마음의 상처를 안는 시간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굴의 의지로 베이징 대회에서 세계 정상을 지켜냈고, 이후 태극마크를 잠시 반납하며 개인 훈련과 새 기술 연구에 몰입했다. 그리고 어느 대회보다 강한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세 번째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1개(여자 3000m 계주)와 은메달 1개를 품으면서 위대한 스케이터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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