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2007년, 강호동은 KBS2 ‘1박2일’로 전국을 누비며 버라이어티의 중심에 섰다. 몸을 던지는 게임, 즉각적인 리액션, 과장된 에너지. 당시 예능의 문법은 속도와 체력이었다. 강호동의 그 상징이었다.
‘1박2일’로 인기를 얻은 이후 2010년대 초반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였다. 스타를 정면에 앉혀놓고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몰아붙이는 진행, 침묵을 견디는 압박, 그리고 결정적 한 방. 강호동은 ‘질문’으로 프로그램을 이끄는 MC였다. 2013년 프로그램 종영 이후 그는 단독 토크쇼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후 행보는 확장이었다. tvN ‘신서유기’에서 그는 게임 구조 안에서 캐릭터 중심 예능을 실험했다. JTBC ‘아는 형님’에서는 스스로를 낮추며 집단 진행 체제에 적응했다.
과거처럼 판을 장악하기보다, 판을 굴러가게 만드는 축으로 이동했다. ‘한끼줍쇼’에서는 일반인과 마주 앉아 문을 두드렸다. 올리브 ‘호동과 바다’에서는 다큐 형식에 도전했다. 톤은 점차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플랫폼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상파 중심 구조가 약화되고, 케이블과 OTT가 확장됐다. 예능은 실시간 시청률 경쟁에서 벗어나, 회차별 확산력과 클립 소비 구조로 이동했다. 강호동은 이 흐름 안에서 역할을 재조정했다.

최근 그의 이름이 다시 온라인에서 회자된 계기는 18년 전 장면이었다. 2008년 ‘1박2일’에서 선보였던 봄동 비빔밥 먹방이 숏폼 콘텐츠로 재가공되며 확산됐다.
대야에 밥을 비비고 “고기보다 맛있다”고 말하던 장면은 MZ세대 사이에서 밈이 됐다. 과거의 방송 장면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재생산되며 새로운 소비 층을 만난 사례다.
이같은 시점에서 쿠팡플레이 ‘강호동네서점’이 새롭게 론칭한다. 강호동이 단독 토크쇼 MC로 나서는 것은 2013년 이후 13년 만이다. 설정은 책방 사장이다. 화제 인물과 마주 앉아 인생을 묻고, 대화를 나눈다. ‘목소리는 크지만 마음은 여린’이라는 콘셉트는 과거 이미지와 대비된다.
구조를 들여다보면 단절이 아니라 연속이다. ‘무릎팍 도사’가 직선적 질문의 토크였다면, ‘강호동네서점’은 경청 중심의 토크다. 예전에는 답을 끌어냈다면, 이번에는 이야기를 펼치게 한다. 강호동의 질문은 여전히 중심에 있지만, 강도와 결이 달라졌다.
OTT라는 플랫폼도 변수다. 공개 시간은 오후 4시, 주간 편성이다. 클립 단위 확산을 전제로 한 설계다. 톱스타뿐 아니라 예능에서 보기 어려웠던 인물까지 출연 폭을 넓힌다. 이는 시청률보다 화제성과 글로벌 확산을 중시하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
시간의 축을 따라 보면, 이번 단독 토크쇼는 돌발적인 복귀가 아니다. 버라이어티의 상징에서 질문하는 MC로, 다시 경청하는 진행자로 이동해 온 과정의 결과다.
13년 만의 단독 진행.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변화의 누적이 만든 현재다. 강호동이 어떤 질문을 던질지보다, 어떤 방식으로 듣는지가 이번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다. khd998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