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호투한 김택연
“오타니도 똑같은 타자 중 한명”
WBC 데뷔, 첫 페이지 잘 썼다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더 강력하게 붙어보고 싶었다. 내 공을 믿고 던졌다.”
역시 ‘대택연(대표팀 김택연)’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았다. 일본의 초호화 타선을 상대로 배짱투를 펼친 김택연(21·두산)이다. 흔들리던 불펜진에 나타난 구세주이자, 한국 야구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마무리 투수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이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8일 낮 12시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3차전 대만과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친다. 전날 일본과 혈투에서 아쉬운 석패를 당했지만, 패배 속에서도 김택연이라는 자원을 수확한 것은 큰 위안이다.
김택연은 전날 한일전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1이닝 동안 2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생애 첫 WBC 무대이자, 한일전이라는 중압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자신의 구위를 마음껏 뽐냈다.

대만전 훈련 시간에 만난 그는 “특별히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평소 하던 대로, 더 강력한 공을 던지자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올랐다”며 덤덤하게 소감을 밝혔다.
그의 강심장은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주눅 들 법도 했지만, 그는 “오타니 선수라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똑같은 타자 중 한 명일 뿐이라는 마음으로 승부했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의 데뷔전을 복기하며 “최소 실점으로 막아보자는 생각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점수를 주지 않고 마쳐서 후회는 없다”며 “WBC라는 큰 무대의 첫 페이지를 잘 써 내려간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불펜 불안이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던 류지현호에 그의 호투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한일전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 그의 시선은 든든히 마운드를 지키는 뒷문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곰의 포효. 도쿄돔을 넘어 마이애미까지 울려 퍼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