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동현 기자] ‘왜 오타니 오타니 하는지 알겠네.’

한국 야구 대표팀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혹독한 경우의 수를 뚫고 17년 만에 8강 기적을 이뤄냈다. 하지만 숙명의 맞수 일본에는 11연패를 이어갔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일본 야구의 중심엔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가 있었다. 한국의 ‘슈퍼스타’ 김도영은 한일전 패배 뒤 “솔직히 벽을 느꼈다. 오타니가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면서 “그를 보고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게 됐다”고 존경심을 표현했다.

각국의 스타도 팬도 ‘오타니 앓이’ 중이다. 압도적인 실력만큼이나 감명을 준 건 품격 있는 태도였다. 상대를 존중하고 동료를 챙기는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 존중

숙명의 한일전에서 넘사벽 타격 솜씨보다 빛난 건 오타니의 품성이었다.

경기 전부터 그는 달랐다. 양 팀 국가 연주 때 애국가가 울려 퍼진 뒤 일본 선수 중 유일하게 박수를 치며 상대를 예우했다.

3회 3-3 동점을 만드는 솔로 홈런을 친 뒤 일본 대표팀 동료들이 열광하자 차분하게 자제하라는 제스처를 보여줬고, 4회 LA 다저스 절친 김혜성(27)이 5-5 동점을 만드는 2점 홈런으로 멍군을 부르자 더그아웃에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보통 선수라면 엄두도 못 낼 슈퍼스타의 여유였다.

진땀 승리 직후 인터뷰에서는 “정말 대단했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경기였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일본과 비슷할 정도로 꼼꼼한 타격을 하는 정말 훌륭한 타선”이라며 패자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았다.

◇동료 사랑

오타니는 8일 호주전 승리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한 뒤 소셜미디어(SNS)에 내야수 고조노 가이토(26·히로시마)와 하이파이브하는 사진을 올렸다. 고조노는 지난 시즌 일본 프로야구 타격왕에 오른 수준급 선수지만 이번 WBC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주목받지 못한 후배를 챙기는 마음 씀씀이가 남달랐다.

2라운드 결전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떠나기 앞서 대표팀 동료들에게 헤드폰을 선물했다. 투수 후지히라 쇼마(28·라쿠텐)는 11일 SNS에 이 사실을 공개하며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긴 전세기 비행의 무료함을 달래줄 세심한 배려였다.

한편 대만 매체 SETN은 지난 8일 “이번 WBC를 통해 야구 팬 사이에서 ‘아시아 3대 미남’이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 일본 오타니, 한국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대만 천제셴(32·퉁이)을 꼽았다. 천제셴은 손가락 골절 부상에도 한국과의 경기 연장 10회 대주자로 나와 결승 득점을 올린 대만 대표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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