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표팀 류지현 감독 류현진 선발 내정
론디포파크 승리+상대 주요타자 요리사
베테랑 관록投에 패기+기세打 조화기대
“역대 최고 분위기, 대등한 경기 자신”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류현진이라서다.”
사실, 설명이 필요할까. 누구보다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험을 쌓은 베테랑. 더구나 조별 라운드에서 아쉬움 가득한 투구로 마지막 대표팀 생활을 ‘흑역사’로 채울 뻔했다.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왼손 파이어볼러가 비록 ‘파이어볼’은 잃었지만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 저승사자 군단을 만나지만, 관록으로 초반 흐름을 걸어 잠글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초반 흐름을 대등하게 유지하면, 어린 후배들이 ‘패기와 기세’로 사고를 칠 수도 있다.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라운드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이 14일(한국시간) 오전 7시38분부터 치를 도미니카공화국과 준준결승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9·한화)을 선발로 내세운다.

WBC 대표팀 류지현 감독은 13일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모인 슈퍼스타들의 팀을 맞아 류현진을 선발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베테랑 투수들 선발로 내세운 이유로 “류현진이라서”라고 답했다. 설명이 필요없는,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서 굵직한 이정표를 세운 최고의 투수를 믿는다는 의미다.
류현진에게 론디포파크는 전혀 낯선 곳이 아니다. 토론토 시절인 2020년 마이애미를 상대로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8개를 곁들이며 5안타 1실점으로 승리한 경험이 있다. 당시 팀 메이트였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적으로 만나지만, 두려워할 상대는 아니다.

홈런군단인 도미니카공화국은 빅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타자가 즐비하다. 재미있는 점은 도미니카공화국이 자랑하는 ‘핵타선’도 류현진 앞에서는 장기를 뽐내지 못한 점이다. ‘세계 최고 3루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매니 마차도와 김하성의 전 동료이자 송성문의 현 동료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간판 타자’ 후안 소토 등과 13차례 대결에서 안타 두 개만 내주고 삼진 다섯 개를 솎아냈다.
공격적인 타자들의 성향을 칼날 제구와 절묘한 완급조절로 제압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와 D조 마지막 경기에서도 오프스피드 피치나 변형 패스트볼에 타이밍이나 배트 중심이 살짝 비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속구가 시속 140㎞ 초중반에 그치지만, 좌우 코너를 절묘하게 찌르는 ‘컨트롤 아티스트’ 면모를 회복하면, 골리앗 잡는 다윗이 될 수도 있다.

류현진을 내세운 류 감독의 자신감도 눈에 띈다. 그는 “D조 마지막 경기를 지켜봤는데,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력보다 우리 선수들의 열정이 더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애초 코치진과 선수 10명가량이 경기를 지켜보기로 했는데 20명 이상 론디포 파크를 찾았다. 류 감독은 “휴식이 정말 중요한 시기였는데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서 고마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미니카공화국은 활발한 공격이 인상적이다. 투수들이 조금 더 집중하고 실투를 줄여야 할 것 같다”고 자세를 낮추는가 싶더니 “역대 대표팀 중 분위기가 가장 좋은 팀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기량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이유이고, (C조 마지막 경기였던) 호주전에서 이를 증명했다. 분위기로 맞서면, 도미니카공화국과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8강부터는 토너먼트다. 내일이 없는 경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싸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야구는, 그 어떤 종목보다 ‘최하위가 1위 팀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