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이틀 동안 이별을 연습했는데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요. 원래 성숙하지 않은 사람이니까 멤버들에게 많이 기댔어요. 이제 기댈 데가 없다는 게 좀 무서워요. 너무 고마웠고 앞으로 9명의 미래를 잘 부탁드립니다.”(장하오)
0에서 시작해 1로 탄생했던 아홉 소년의 여정이 하나의 서사로 완결되며 찬란한 이별을 맞이했다. 예고된 이별 앞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새로운 길을 택한 4명의 멤버도, 남기로 한 다섯 멤버도, 이들을 아낌없이 지지해 준 제로즈(ZEROSE, 팬덤명)도 오열했다.
제로베이스원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앙코르 콘서트 ‘2026 ZEROBASEONE WORLD TOUR [HERE&NOW] ENCORE IN SEOUL’을 개최하고 9인 체제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었다. 약 15만 관객을 동원했던 2025년 월드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번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3회차 전석은 물론 시야제한석까지 초고속으로 완판되며 이들의 압도적인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이날 공연은 지난 2년 6개월간 개척해 온 ‘상암팝’의 세계관을 집대성하는 자리였다. Mnet ‘보이즈 플래닛’의 시그널 송 ‘난 빛나(Here I Am)’로 벅찬 포문을 연 이들은 ‘Take My Hand’, ‘CRUSH’, ‘SWEAT’ 등을 연달아 선보이며 오프닝부터 특유의 청량하면서도 비장한 감성을 쏟아냈다.
팬들의 심박수를 높인 ‘환승연애’ 등 드라마 명장면 패러디 VCR로 즐거움을 선사한 뒤, ‘ROSES’, ‘GOOD SO BAD’, ‘Feel the POP’으로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어 ‘Out of Love’, ‘Step Back’, ‘Cruel’로 구성된 유닛 무대를 통해 멤버 개개인의 탁월한 역량을 증명했다.
특히 이번 콘서트에서 최초로 공개된 ‘LOVEPOCALYPSE(러브 포칼립스)’ 무대는 케이스포돔을 가득 채운 팬들을 완벽하게 열광케 했다.공연 후반부, 앙코르 무대인 ‘BLUE’, ‘In Bloom’, ‘Not Alone’, ‘Running to future’가 이어지자 9인 체제 활동 종료를 앞둔 멤버들은 끝내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시간이 야속하다”는 뼈저린 고백부터, 서로를 향한 진솔한 애정과 찬란했던 여정에 대한 감사 인사가 교차했다. 이달을 끝으로 장하오, 리키, 김규빈, 한유진은 원 소속사로 복귀하고, 성한빈, 김지웅, 석매튜, 김태래, 박건욱은 5인 체제로 제로베이스원의 이름을 지켜나간다.

비록 아홉 멤버의 물리적 결합은 해체되지만, 이들의 이별은 완전한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수를 곱하든 결과값의 각 자리 숫자를 더하면 결국 다시 9로 돌아오는 수학의 섭리처럼, 제로베이스원 역시 자아를 잃지 않고 K팝이라는 우주를 유영할 것이다. 2년 6개월간 피와 땀으로 쌓아온 음악적 성취는 결국 ‘9’라는 본질로 귀결된다. 눈물로 장식된 찬란한 이별 뒤에도, 이들의 에너지는 굳건한 상수가 돼 아홉 멤버의 빛나는 앞날을 지탱할 것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