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화려한 미션도, 강한 갈등도 없다.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배우 김태리와 박보검이 그 흐름의 중심에 섰다.

tvN 예능 ‘보검 매직컬’과 ‘방과후 태리쌤’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프로그램은 구조부터 다르다. 그러나 핵심 정서는 같다. 연예인이 주인공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 속에 들어가 작은 변화를 만드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먼저 ‘보검 매직컬’은 박보검이 시골 마을을 찾아가 이발소를 운영하는 콘셉트다. 단순한 체험 예능처럼 보이지만 출발점은 조금 다르다. 박보검은 군 복무 시절 미용사 국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기술을 어디에 쓸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무대는 전북 무주의 작은 마을이다. 한동안 방치돼 있던 건물에 작은 이발소가 들어섰다. 박보검은 손님 한 명 한 명의 머리를 직접 손질하고, 동료 배우들과 함께 마을 주민을 맞이한다.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 이어진다. 머리를 깎는 시간이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대화와 교감의 시간이 된다.

예능적으로 보면 큰 사건은 없다. 대신 느린 호흡 속에서 사람의 표정과 말이 중심이 된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결국 ‘관계’다. 머리를 자르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배우들도 그 이야기를 듣는다.

김태리가 출연하는 ‘방과후 태리쌤’도 비슷한 결을 가져간다. 배경은 경북 문경의 작은 초등학교다. 전교생이 20명도 채 되지 않는 학교다. 폐교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곳이다. 김태리는 해당 학교에서 연극반을 운영한다. 배우로서 자신의 경험을 아이들과 나누겠다는 취지다.

연극을 가르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이들은 낯설어하고, 수업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김태리 역시 시행착오를 겪는다. 프로그램은 이러한 과정 자체를 그대로 보여준다. 완벽한 교사가 아니라 고민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여기에서 시청자의 공감이 생긴다. 화면 속 김태리는 스타 배우라기보다 처음으로 수업을 맡은 선생님에 가깝다. 아이들과 관계를 만들어가고,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계속 고민한다. 연극이라는 매개를 통해 아이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표현하는 장면들이 프로그램의 중심을 이룬다.

두 프로그램이 동시에 화제를 모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배우의 예능 출연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닌 시대지만, 대부분은 작품 홍보를 위한 일회성 출연에 가까웠다. 그러나 ‘보검 매직컬’과 ‘방과후 태리쌤’은 배우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예능이 아니라, 배우가 실제 역할을 맡아 프로그램을 이끄는 구조다.

최근 예능 시장에서 힐링 콘셉트가 다시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우들이 슈퍼를 운영했던 ‘어쩌다 사장’이나 친구들과 농사를 지었던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역시 비슷한 결의 프로그램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진정성이 만들어낸 변화다. 단순히 방송을 위한 설정이었다면 시청자가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라며 “박보검이 미용사 국가 자격증을 준비하고, 김태리가 수업을 위해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프로그램의 설득력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