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여자배우 넘버의 작품으로 데뷔

허락된 무대에만 오르는 앙상블 스윙…아쉬움보단 성장 과정

터질듯한 심장 소리…짧은 순간 폭발적인 에너지로 감동 선사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무대 위 배우들은 배역에 따라 극의 비중이 따른다. 하지만 무대의 소중함과 간절함은 모두 같다.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배우들의 숨소리와 땀방울이 무한한 매력을 가졌다고 말하는 이유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배우의 삶을 시작한 ‘새싹 배우’ 양호성(24)은 비록 허락된 공연 수가 다른 배우들에 비해 적다. 대신 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대기실 속 자신만의 무대에서 내일의 무대를 준비한다.

양호성은 ‘안나 카레니나’ 삼연을 통해 데뷔했다. 시작이 대극장 작품이기에 신인 배우로서는 부담이 앞서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에게 큰 무대는 그리 낯선 환경이 아니다. 현재 명지대 뮤지컬과에 재학 중인 그는 2019년부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뮤지컬 스타’ 등 각종 뮤지컬콩쿠르 참가 경력을 가진 장래가 촉망되는 배우다.

양호성은 최근 스포츠서울을 만나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여자배우의 넘버가 ‘안나 카레니나’의 ‘자유와 행복’이라고 말했다. 작품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넘버처럼 그에게 앞으로 다가올 희망적인 2막을 예고한다.

◇ 홀로 남은 대기실서 펼치는 1인 4역 공연

양호성과 ‘안나 카레니나’의 인연은 무더웠던 지난여름부터 시작됐다. 작품 오디션에 지원한 그는 약 3개월의 기다림 끝에 합격의 기쁨을 안았다. 그는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라며 “바라고 바라던 작품에 오를 수 있다는 자체가 큰 기쁨이었다”라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의 역할은 앙상블 스윙이다. 시작부터 다른 배우를 대신해야 하기에 실망감이 클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조금의 아쉬움조차 전혀 없다. 좋은 작품을 통해 입봉할 수 있어 감사하다”라며 “오프닝과 함께 많은 관객 앞에 섰을 때 강한 짜릿함을 느낀다. 뭐든 시켜만 주시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환희에 찬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홀로 남은 대기실에서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양호성은 모니터를 통해 자신이 맡은 앙상블 네 명의 연기·노래·안무 파트부터 동선까지 세심하게 연습한다. 그는 “혼자만의 루틴이 생겼다. 대기실 라이프를 즐긴다”라며 자기만의 백스테이지 무대를 꾸몄다.

작은 역할이지만, 소속감에 따른 열정과 책임감은 누구보다 강하다. 양호성은 “기차의 은은한 라이트가 켜지면, 앙상블이 등장하면서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노래가 흐른다. 심장을 울리는 비트의 세기가 커지는 순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전율을 느낀다. 무대 위에서의 행복을 실감한다”라면서도 “잘해서 보여줘야겠다기보다 공연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온 에너지를 쏟아내 한 장면의 그림을 완성하는 존재로 남고 싶다”라고 전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오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양호성은 22일 낮 공연에 오른 후 29일 오후 1시 무대에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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