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11회 혈투 속 흔들림 없는 용병술… ‘번트 예고’ 깨고 강공 택한 유연함
최하위 후보 키움의 반란? 설종진 “우리 선수들 칭찬받아 마땅, 끈끈한 야구 보여줄 것”
[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새내기 감독의 데뷔전은 대개 ‘긴장’과 ‘경직’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설종진 감독은 달랐다. 28일 대전 구장에서 목격된 그의 뒷모습은 정식 부임 첫 경기의 설렘보다는 10년 차 장인의 익숙함에 가까웠다. 대행 시절의 뼈아픈 경험을 ‘수업료’ 삼아 정식 사령탑의 무게를 견뎌낼 근육을 키워온 덕분이다.

설 감독 리더십의 본질은 자신의 고집마저 꺾을 줄 아는 유연함에 있다. 캠프 내내 작전 야구를 강조했음에도, 승부처에서 번트대신 강공을 택하며 선수들의 기를 살린 선택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자신의 철학을 관철하기 위해 경기를 그르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이는 현장의 상황과 선수의 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소통형 리더’의 전형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키움의 ‘색깔’이 변했다는 점이다. 무기력하게 무너지던 작년 초반과는 결이 다르다. 에이스가 빠지고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 속에서도 연장 11회까지 한화의 강타선을 물고 늘어지는 끈끈함이 생겼다. 설 감독이 주입한 ‘원팀’ 정신과 가오슝에서의 땀방울이 선수들의 투지로 치환됐다.
승패를 떠나 설종진 감독은 데뷔전에서 사령탑으로서의 ‘신뢰’를 얻었다. 결과에 연연해 선수를 탓하기보다 “칭찬받아 마땅하다”며 기를 살려주는 그의 모습에서 키움의 밝은 미래를 본다. 2026년, 언더독 키움이 써 내려갈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선수가 아닌, 그들을 묵묵히 믿어주는 ‘준비된 감독’ 설종진이 될지도 모른다. white21@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