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공감할 인물이 없다.

MBC ‘21세기 대군부인’이 방영 2주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이유, 변우석이라는 거물급 톱스타에 MBC의 전매특허인 ‘입헌군주제’ 설정을 얹었으니 예견된 흥행이다.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표다.

하지만 수치와 별개로 시청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형형색색 비주얼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인 몰입도가 낮은 탓이다. 화려한 외면 뒤에 놓인 공감의 부재가 ‘21세기 대군부인’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부각된다.

‘입헌군주제’ 드라마의 교본으로 불리는 MBC ‘궁’(2006)의 성공 비결은 명확했다. 평범한 여고생 신채경(윤은혜)이 황태자 이신(주지훈)과 정략결혼하고 왕실에 입성하는 여정이 대중에게 강렬한 대리 만족을 안겼다. 시청자들은 신채경과 같은 눈높이에서 궁궐의 엄격한 문턱을 함께 넘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돌과 이해 그리고 황태자와의 사랑에 깊이 공감했다.

반면 ‘21세기 대군부인’의 성희주(아이유)는 출발선부터 시청자들과 동떨어져 있다. 막대한 부를 지닌 재벌인 데다가, 오만한 성격의 설정은 감정 이입의 장벽을 높인다. 주인공의 감정에 시청자들이 동화돼야 하는 게 드라마의 ‘기본’인데, 넘치도록 가지고도 부족함을 외치는 이들의 갈등은 그저 배부른 소리로 들릴 뿐이다. 화려한 배경이 시각적으로 재미를 줄 수는 있어도, 주인공의 고뇌에 깊이 공감하게 할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한 셈이다.

변우석과 아이유가 빚어내는 로맨스 역시 온기보다 냉기가 감돈다. 변우석은 전작 tvN ‘선재 업고 튀어’(2024)에서 평범하지만 사랑스러운 임솔(김혜윤)을 향한 헌신적인 순애보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로맨스의 전형이 변우석의 다정한 눈빛을 통해 완성된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이안대군으로 분한 변우석이 마주한 상대는 결핍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성희주다. 두 배우의 합은 광고 화보를 방불케 할 만큼 아름답지만, 정작 로맨스의 본질인 간절함과 애틋함은 희미하다. 서로를 향한 운명적 끌림은 명분이 약하고, 각자의 자존심과 배경이 앞선다. 화면 밖까지 사랑의 온기가 전해지지 못하는 이유다.

결국 문제는 ‘공감’이다. 드라마 속 ‘입헌군주제’ 설정은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판타지적 도구다. 그 판타지가 생명력을 얻으려면 인물들의 감정선만큼은 현실적이고 인간적이어야 한다. 현재의 ‘21세기 대군부인’은 재벌과 왕실이라는 최상위 계급의 화려함을 전시하는 데 치중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다만 아직 전체 서사의 절반 이상 남았다는 점은 반등의 기회다. 향후 전개에서 성희주와 이안대군의 깊은 내면이 드러나 시청자들에게 공감의 문을 열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