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안성기는 한국 영화의 한 시대를 대표한 얼굴이다. 동시에 스크린 안팎에서 늘 품위와 온기를 잃지 않았던 배우였다.

올해 1월, 안성기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시간은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그의 둘째 아들 안필립 씨가 아버지의 턱시도를 입고 전주와 부여의 영화제 무대에 오르며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안성기’의 이름과 시간을 불러냈다.

안필립 씨는 지난달 29일 열린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아버지가 20년 넘게 입어 온 피코트 라펠 턱시도를 입고 참석했다. 특히 이 턱시도는 안성기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착용할 만큼 애착이 깊은 의상이었다.

무대에 올라 아버지의 특별공로상을 대리 수상한 안필립 씨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이 상을 받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계실 것 같다”며 “오늘 제가 입고 온 턱시도는 아버지께서 20년 넘는 세월 동안 입으셨던 턱시도다. 이 턱시도를 입고 대리 수상하는 모습을 무척 자랑스러워하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늘 변치 않는 따뜻함과 사랑으로 아버지의 영화를 봐주시고 좋아해 주신 팬들과 국민 여러분이 계셨기에 오늘날 배우 안성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 영예로운 상을 아버지께 바친다”고 전했다.

안필립 씨는 2일 개막한 제1회 부여국제히스토리영화제에도 아버지의 턱시도를 입고 참석했다. 안성기는 이번 영화제에서 ‘히스토리메이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안필립 씨는 부친의 사진과 함께 무대에 올라 그 뜻을 대신 이었다.

안필립 씨는 “저는 오늘 이 귀한 상을 아버지의 몫까지 담아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늘 변치 않는 사랑으로 배우 안성기의 영화를 아껴주신 팬분들과 국민 여러분, 그리고 현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땀 흘리며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주신 감독님, 스태프, 동료 영화인 여러분이 계셨기에 오늘날의 ‘배우 안성기’가 존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안필립 씨는 “평생 아버지의 곁에서 모든 헌신을 다해 주신 사랑하는 어머니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 영예로운 상을 아버지의 영전에 바친다. 다시 한번 아버지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신 모든 분께 아버지를 대신하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덧붙였다.

안성기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한국 영화를 지켜온 배우였다. 시대가 바뀌고 영화의 흐름이 달라져도 ‘안성기’라는 이름은 늘 한국 영화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1959년 제4회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와 대종상영화제의 전신인 우수국산영화상의 시기까지 합치면 안성기는 약 50년에 걸쳐 남우주연상을 놓치지 않은 그야말로 ‘국민 배우’였다.

안성기는 여러 작품 속에서 시대의 아픔을 품은 인물을 연기했고, 때로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얼굴로 항상 관객 곁에 머물렀다. 동시에 작품 안팎에서 늘 품위 있는 배우로 기억됐다. 누군가는 떠나도 그 사람이 남긴 영화와 마음은 오래 남는다. 안성기가 남긴 시간 역시 그렇다. 오랜 세월 그와 함께했던 턱시도처럼 안성기의 이름은 지금도 많은 이의 기억 속에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