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캐릭터 정보 ‘1’도 없었던 도전…‘끼’와 ‘깡’으로 단단히 무장
‘Perfection’ 세 번 만에 창작진 유혹…‘마리네티’로 끌어올려!
6월21일까지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서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배우 김호영(43)이 자신을 향한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무대를 군림하고 있다. 대중이 상상하는 이미지와 정반대의 모습이다. 매체에서 보인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완전히 지웠다. 대신 혁신적이고 충동적인 카리스마로 시선을 압도한다. 그의 탁월한 인물 해석과 끊임없는 도전이 오늘의 완벽한 공연을 완성한다.
김호영은 현재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렘피카’에서 미래주의자이자 미래주의자인 ‘마리네티’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렘피카’는 20세기 초 전 세계 예술계를 매혹시킨 ‘아르데코의 여왕’ 타마라 드 렘피카의 이야기에 노래를 입힌 작품이다. 러시아 혁명과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지켜낸 렘피카의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극 중 김호영은 렘피카와 예술적 논쟁을 펼치며 그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예술가다. 자기만의 예술적 철학 때문인지, 아니면 생존을 위한 결단에서인지 지극히 현실적이고 무정(無情)하다.
특유의 재치와 넘치는 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김호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렘피카’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가 의아한 행보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그 역시 ‘왜’라는 물음표가 떠올랐다고 한다.
2014년 뮤지컬 ‘프리실라’를 통해 인연을 맺은 한정림 음악감독으로부터 오디션을 제안받았던 김호영 역시 당시엔 그에게 어울리는 옷(캐릭터)인지 의심했다. 김호영은 7일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상황과 출연을 결심한 이유, 그리고 연습 과정에서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 정반대 이미지로 완벽 변신…새로운 ‘인생캐’ 탄생
시작 전부터 고난이었다.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초연이자 아시아 최초 상연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화가가 아니기에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그런데 오디션에서 불러야 하는 넘버까지 어렵게 접근해야 했다. 이제야 우스갯소리로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톱3에 든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땐 막막했다.
김호영은 오디션에서 대표 넘버 ‘Perfection’을 세 번 불렀다. 해외 크리에이티브의 제대로 된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호영이 누구인가. ‘끼’와 ‘깡’으로 부딪혔다. 그는 세 번째로 반주가 나왔을 때 심사위원석까지 초고속으로 뛰어가서 한 심사위원의 물통을 집어 던졌다. 충격적인 발상이었지만, 국내외 창작진들을 완벽하게 매료시켰다.
그는 “연습 당시 ‘마리네티’는 뭔가에 빙의될 것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나의 ‘마리네티’를 좋아한 것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며 “만약 세 번째 순서에서도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불렀으면 무례한 연기를 주문하려고 했다고 했다. 그런데 물통을 던져버리니 그 말이 쏙 들어갔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평소 대사·가사 외우기, 인물 분석 등의 속도가 빠른 김호영이다. 그런데 이렇게 더딘 진행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김호영의 음역보다 낮은 곡을 고음으로 부르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강한 결단의 무기가 필요했다. 김호영만의 전략은 오리지널 캐스트의 이미지를 지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내면에서부터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대신 창작진에게 기다림의 인내를 부탁했다. 이들도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렘피카’ 팀 모두 김호영의 ‘마리네티’를 인정했다. 아니 찬양했다. 김호영은 “창작진에게 무대를 만들어낼 것이니 원하는 대로 안 돼도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맷 굴드 작곡가는 내가 가진 것이 많아, 넘버를 노래로써 접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라며 “인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래를 대사처럼 해도 맘껏 표현하고 싶은 대로 하는 등 여러 스타일을 시도했다. 그게 ‘마리네티’의 모습으로 갈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김호영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4년간 한 번도 맡지 않았던 캐릭터와 목소리를 보여줘서 더 큰 감동이 온 것 같다”라며 “잘하면 내 인생 캐릭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무대를 압도하는 에너지와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김호영의 ‘렘피카’는 오는 6월21일까지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