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화·황석정이 맞붙은 카뮈…무대의 전율을 전하며 관객을 잇다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비극은 나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사람이 만든 것일지도 모릅니다.”

연극 ‘오해’는 시작부터 불편하다. 30년 만에 돌아온 아들을 엄마와 여동생이 알아보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죽인다.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은 그렇게 인간의 욕망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찌른다.

유튜브 채널 ‘공연을 기록하는 배우 이기영의 아카이브’는 최근 연극 ‘오해’ 연출과 배우의 진솔한 토크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최원석 연출과 배우 이주화, 황석정이 출연해 작품 해석과 무대 뒤 치열한 시간을 풀어냈다.

최원석 연출은 카뮈의 부조리를 한국식 욕망의 얼굴로 바꿔냈다.

최 연출은 “왜 인간은 오해를 하는가. 결국 오해는 욕망”이라고 말했다. 가족조차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비극의 원인을 인간 내면의 욕망으로 바라본 것이다.

최 연출은 원작과의 차별점도 설명했다. 그는 “가족 간에 정말 몰라볼 수 있을까라는 소재가 강렬했다. 카뮈 작품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80% 가량 각색했다”고 밝혔다.

소재가 강렬한 만큼, 무대 위 배우들의 에너지 소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샛별 역을 맡은 배우 이주화는 “첫 런을 끝내고 김밥 세 알을 손 떨면서 먹었다”고 말했다. 감정이 바닥까지 소진되는 작품이라는 의미다.

이주화는 샛별 캐릭터에 대해 “50년 동안 바다를 본 적 없는 사람의 눈빛은 어떤 눈일까를 고민했다”며 “가식이 아닌 진짜 표정을 찾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샛별은 욕망에 사로잡혀 친오빠를 죽인 뒤 진실을 알게 된다. 엄마는 충격 속에 무너지며 강물 속 아들 곁으로 향하고, 샛별 역시 “내 죄를 내 스스로 단죄하겠다”며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한다.

이주화는 작품 속 가장 강렬한 대사로 “죄란 건 역시 저 혼자 짓는 거야. 난 혼자 살고 혼자 죽이고 혼자 살아가. 누구한테도 용서라는 거 빌지 않을 거야”를 꼽았다.

배우 황석정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당시를 “쌍둥이 여동생을 만난 느낌이었다”고 표현하며 “진심으로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암울한 극 내용과 달리 현장 분위기는 무겁기만 하진 않았다. 황석정은 “나중엔 (최원석,이주화) 둘이 배우하고 내가 연출하겠다. 작품 제목은 ‘오해’가 아니라 ‘이해’”라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서울대 국악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황석정은 한때 자신의 이력 때문에 무대에서 계속 음악 연기만 했다며 “이제 음악은 안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본격적인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방싯했다.

최원석 연출은 두 배우의 전혀 다른 결에도 주목했다.

그는 “황석정 배우는 보이는 것처럼 까칠함이 있고, 이주화 배우는 얌전한 고양이처럼 조용하지만 다양함이 있다”며 “같은 방향으로 가지만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주화는 1인극 ‘웨딩드레스’로 영국 에든버러와 일본 공연을 다녀온 경험도 전했다. 그는 “30년이 되면 꼭 1인극을 해보고 싶었다”며 “모노극 무대는 바다에 혼자 있는 느낌이지만 결국 배역들과 함께였다”고 말했다. 연습 노트를 기록해 출간한 책 ‘웨딩드레스’ 이야기도 함께 소개했다.

연극 ‘오해’는 오는 5월 대학로 후암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최원석 연출은 “극장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유일한 소통 공간”이라며 “욕망과 선택, 심판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공연을 기록하는 배우 이기영의 아카이브’는 문화예술의 뿌리인 연극을 담기 위해 5월 시작한 채널이다.

이기영은 채널 소개를 통해 “영화, 음악 등 다른 예술 분야는 다양한 소개 프로그램과 콘텐츠들로 확장해 나가고 있지만 아쉽게도 연극은 그렇지 못하다”며 “다양한 연극을 대중들에게 소개하여 연극의 접근성을 높이고, 무대의 전율을 구독자 분들께 전달드리겠다”고 밝혔다.

대중적 장르에 집중된 콘텐츠 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는 연극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하겠다는 의지다.

‘공연을 기록하는 배우 이기영의 아카이브’는 지난 2일 1편 최용훈 연출, 최서희 배우에 이어 9일 2편으로 연극 ‘오해’의 연출과 출연진이 무대 안팎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