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고전은 항상 어렵다는 선입견이 따릅니다. 동양 철학의 정수로 꼽히는 도덕경은 짧은 문장 안에 압축된 사유 탓에 ‘읽히지 않는 책’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도덕경 해설서’를 모으는 취미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길을 찾는 책 도덕경은 이 오래된 고전을 현대 독자에게 다시 건네기 위한 꽤 전략적인 시도입니다. SF 작가 켄 리우와 시인 황유원이 함께 풀어낸 이 책은, 기존 번역서들과는 결이 다른 ‘읽히는 도덕경’을 지향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해석의 톤’입니다. 원문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의미를 재배치하죠. 덕분에 난해하게 느껴졌던 구절들이 비교적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예컨대 ‘무위(無爲)’나 ‘도(道)’ 같은 핵심 개념을 단순한 철학 용어가 아닌, 삶의 태도로 풀어냅니다. 기존 번역이 개념 설명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독자가 실제 삶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문장의 ‘리듬’입니다.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시처럼 읽혀요. 이는 번역에 참여한 황유원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결과이겠죠. 건조하게 해석된 문장이 아니라, 여백과 호흡을 살린 문장 덕분에 독자는 책을 ‘이해’하기보다 ‘느끼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켄 리우 특유의 서사적 감각이 더해지면서, 도덕경이 단순한 철학서가 아닌 하나의 문학 작품처럼 읽힙니다.
내용은 여전히 날카롭습니다. 욕망을 줄이고, 자연의 흐름에 따르며, 과도한 경쟁과 집착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합니다. 오히려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성과와 속도를 강요하는 시대에서, 도덕경은 ‘덜어냄’의 가치를 끊임없이 환기합니다. 이 책 역시 그 메시지를 비교적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합니다.
물론 이 번역이 모든 독자에게 ‘정답’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도덕경이라는 텍스트 자체가 해석의 여지가 큰 만큼, 번역자의 해석이 강하게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철학적 엄밀성을 중시하는 독자라면 일부 구절에서 아쉬움을 느낄 가능성도 있어요. 또한 원문의 함축성을 보다 직설적으로 풀어낸 만큼, 고유의 모호함에서 오는 사유의 여지는 다소 줄어든 측면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찾는 책 도덕경이 가진 의의는 분명합니다. ‘읽히지 않던 고전’을 ‘다시 읽히게 만들었다’는 점이죠. 이 책은 도덕경을 완전히 이해하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다시 펼쳐보게 만듭니다.
결국 이 책은 하나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더 많이 가지려 애쓰기보다, 덜어내는 삶. 더 빨리 가려 하기보다, 흐름에 맡기는 태도. 노자가 남긴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건네는 데, 이 책은 꽤 설득력 있는 해답을 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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