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위수정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의 전 매니저 김 모 씨(65)가 유진 박의 정신적 장애를 악용해 수억 원대 재산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 약 4년 4개월 만에 징역형이 확정됐다.

19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 3-2부(부장판사 조규설, 유환우. 장윤선)는 지난 3월 26일 김 씨에 대해 준사기, 사문서위조,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은 상고하지 않았고, 김 씨만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으나 이달 7일 스스로 상고를 취하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김 씨는 유진 박이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등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으며 경제활동을 할 만한 지적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범행에 이용했다. “여기에 서명하면 바이올린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유진 박을 회유해 본인 명의의 차용증을 쓰게 하거나 토지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게 했고, 그로 인한 금전적 이득은 김 씨 본인이 챙겼다.

구체적으로 김 씨는 유진 박을 종용해 2016년 8월부터 2018년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차용증을 작성하게 해 수억 원대 채무를 지게 만들었다. 채권자들로부터 빌린 돈을 대신 수령해 3억5750만 원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16년 3월부터 2018년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유진 박 소유의 제주도 토지를 각각 8000만 원, 1억5800만 원, 3억2000만 원에 매도하도록 했으며, 이 과정에서도 수억 원의 이득을 대신 취했다.

이 밖에 2018년 6월에는 유진 박이 임차한 아파트의 월세 계약 조건을 변경하게 한 뒤 임대보증금 차액 5000만 원을 횡령하고, 유진 박이 받아야 할 토지 보상금 1억 8000만 원가량을 빼돌려 자신의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피해자가 피고인을 믿고 따르는 것을 이용해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고 상당 부분을 개인적 용도에 썼다”며 “재산상 피해가 크고 향후 피해자의 삶과 복지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명의로 빌린 차용금을 전부 변제한 점, 피해자와 함께 생활하며 보호해 왔다는 점”을 일부 인정해 형량을 6개월 줄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 회복이 되지 못했고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19년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가 김 씨를 사기·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하면서 공론화됐다.

한국계 미국인인 유진 박은 1996년 KBS ‘열린음악회’를 통해 국내에 데뷔했다. 8살 때 최연소로 전액 장학금을 받고 뉴욕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입학해 클래식과 팝을 넘나드는 전자 바이올린 연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9년 전 소속사로부터 학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등 주변의 착취 의혹이 잇따랐다. wsj0114@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