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전문가’ 배정대 타석에서 대타
이정훈, 데뷔 첫 끝내기로 웃다
“가슴 졸이는 아내 위해 잘해야”

[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 기자] "아내가 웃을 수 있도록."
KT에는 '끝내기 전문가'가 있다. 배정대(31)다. 끝내기 상황에서 가장 믿음직한 선수라 했다. 적어도 5월17일은 아니다. 이정훈(32)이 해냈다. 그것도 배정대 타석에서 대타 들어가서 경기를 끝냈다. 가슴 졸이는 아내에게 선물 하나 안겼다. '사랑꾼'이 여기 있다.
17일 수원 한화-KT전이다. KT 9회말 마지막 공격. 1사 1,3루 찬스다. 배정대 타석이다. '끝내주는 남자'다. 역대로 끝내기만 9번 만들었다. 갑자기 다른 선수가 나왔다. 이정훈이다. ‘배정대 타석 대타’라서 더 놀라웠다.

대타 타율 0.316이다. 19타수 6안타다. 출루율도 0.458로 높다. 벤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우전 끝내기 적시타를 날렸다. 덕분에 KT가 8-7로 이겼다. 개인 첫 번째 끝내기 안타다.
배정대도 올시즌 대타 타율이 0.375로 좋다. 끝내기 경험도 많다. 그대로 갈 법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정훈 카드를 꺼냈다. 마운드에 사이드암 강재민이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후 이정훈을 만났다. "부르면 나갈 수 있게 늘 준비했다"며 "(배)정대 타석에서 나갈 줄은 몰랐다. 교체가 계속되면서 지명타자 자리가 소멸된 상태였다. 내야수 (권)동진이가 남아 있기도 했다. 다른 자리를 생각했는데, 정대 자리에 나갔다. 기회가 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어쨌든 결과를 냈다. 집에 있는 아내를 생각했다.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아직 신혼이다. 아내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가슴 졸이며 보고, 채찍도 든다는 설명이다.
이정훈은 "내가 못 치고 들어가면 표정에서 티가 난다고 한다. '참 순박하다'고 하더라. 내가 못 하면 장난쳐주고, 맛있는 요리도 해준다.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항상 내가 나오면 마음 졸인다고 한다. TV를 끈다더라. 나중에 결과 확인하고, 영상 다시 본다고 했다. '오늘 못 쳤다고 내일 안 할 거냐'고 강하게 말할 때도 있다. 와이프가 더 많이 웃을 수 있도록, 내가 잘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내 사랑도 지극하다. "경기 끝나고 집에 가면 시간 같이 보내려 한다. 재미있게 놀려고 한다. 그러면서 나도 야구 관련해서 잊을 것은 많이 잊는다. 오늘은 끝내기 쳤으니까 재미있게 놀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지난 2017년 KIA에 입단했다. 롯데를 거쳐 KT에 왔다. 프로 10년차다. 주전이었던 적은 없다. 여전히 백업이다. 그래서 한 타석을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열심히 배트 돌린다. 준비하고, 또 준비한다. 마침내 그 노력이 빛을 발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