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높은 시청률이 늘 좋은 작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6일 자체 최고 시청률 13.8%(전국 기준)로 막을 내린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결국 뼈아픈 오점을 남긴 채 퇴장했다. 영광의 순간이어야 할 종영 직후, 작품에 남은 것은 환호가 아닌 역사 왜곡 논란과 주연 배우들의 연이은 사과문이다.
논란의 발단은 즉위식 장면이었다. 신하들이 왕에게 제후국이 쓰는 ‘천세’를 외치고, 황제의 십이면류관 대신 구류면류관을 사용하는 등 심각한 예법 오류가 전파를 탔다. 일부 장면에서는 중국식 다도 예법까지 겹치며 시청자들의 공분이 일었다.

한국사 강사 최태성 역시 쓴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는 18일 “지금 우리는 전 세계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다”며 “드라마, 영화? 우리만 보는 게 아니다. 전 세계인들이 보고 있다”고 꼬집으며, 글로벌 K컬처 시대에 걸맞지 않은 제작진의 안일한 고증 의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진짜 문제는 제작진의 무책임한 대처 방식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종영 당일에야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이라며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역사적 맥락이 교차하는 부분을 더 면밀하게 살폈어야 했다“고 입장문을 냈다.

작품의 얼굴이었던 주연 배우들에게도 여론의 화살이 향했다. 아이유가 16일 단체 관람 이벤트에서 간접적으로 고개를 숙인 데 이어, 18일에는 아이유와 변우석이 나란히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아이유는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큰 실망을 끼친 것 같아 매우 송구하고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며 “여러분께서 지적해 주신 드라마 속 여러 역사 고증 문제들에 있어 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연기에 임한 점 변명의 여지 없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변우석 역시 사죄의 뜻을 밝히며 “작품이 촬영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제가 작품에 담긴 역사적 맥락과 의미가 무엇이고 그것이 시청자 여러분께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배우가 대본의 역사적 오류와 최종 편집본의 고증까지 모두 검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다. 논란 직후 아이유와 변우석이 전면에 나서 고개를 숙인 것은 주연으로서 책임을 피하지 않은 유의미한 대처였다.
그럼에도 짙은 아쉬움은 남는다. 카메라 앞에서 문제의 장면을 직접 연기해 낸 당사자인 만큼, 연기 과정에서 최소한의 합리적 의심을 품었어야 했다. 그저 주어진 텍스트를 기능적으로 소화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막대한 출연료를 받으며 작품의 간판으로 나서는 톱배우라면 이름값에 합당한 날카로운 작품 분석과 무거운 책임감이 동반돼야 한다. khd998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