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도엽, KPGA 투어 경북오픈 우승

18번 홀, 환상의 31m 칩샷 버디로 완성

개인 통산 6승에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

“아내의 응원, 큰 힘이 됐다”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잘 안 풀릴 때, ‘잘하고 있다’는 아내 한마디가 도움이 됐다.”

연장전을 준비하려고 했다. 마지막 홀 러프에 빠진 공, 쉽지 않은 라이에 팽팽한 공동 선두인 상황. 문도엽(35·DB손해보험)은 ‘파 세이브 후 연장’을 그렸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림 같은 샷을 만들어냈다. 문도엽이 극적인 칩샷 버디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문도엽은 17일 경북 구미시의 골프존카운티 선산(파71)에서 열린 KPGA 투어 경북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를 적어낸 그는 문동현(20·우리금융)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문도엽은 지난해 9월 KPGA 파운더스컵 이후 약 8개월 만의 우승이자, 개인 통산 6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1억4000만원이다.

무엇보다 마지막 18번 홀(파5) 장면이 압권이었다. 문도엽은 공동 선두 상황에서 티샷과 세컨드샷이 모두 러프로 향하며 위기를 맞았다. 연장 승부 가능성이 커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그린 왼쪽 러프에서 약 31m를 남기고 친 칩샷을 홀컵 바로 옆에 붙였다. 이어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마무리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연장을 기대하던 문동현마저 박수를 보낼 정도의 환상적인 샷이었다.

우승 후 문도엽은 “18번 홀에 왔을 때 공동 선두라는 걸 알았다. 두 번째 샷이 좋지 않아 파만 하고 연장 가자고 생각했는데 칩샷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됐다”며 웃었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한 번의 좋은 경기’가 아니었다. 문도엽은 최근 2년 동안 GLS아카데미 이재혁 프로와 함께 훈련하며 자신의 약점을 끈질기게 다듬어왔다. 가장 큰 과제는 티샷 정확성이었다.

그는 “그동안 티샷의 정확성에 대한 문제가 있었는데 계속 훈련하면서 많이 보완했다. 드라이버 거리와 방향성이 좋아졌고 퍼트도 발전하고 있다”면서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이번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도엽은 올시즌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왔다. KPGA와 아시안투어를 병행하면서 최근 4개 대회 연속 ‘톱10’을 기록 중이다.

우승 경쟁 과정도 쉽지 않았다. 전반에 버디 3개를 잡으며 흐름을 끌어올렸고, 13번 홀 버디로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문동현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분위기가 흔들렸다. 15번 홀 보기까지 나오며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16번 홀에서는 공격적으로 드라이버를 선택했지만 짧은 버디 퍼트를 놓치며 스스로 “쉽게 갈 우승을 어렵게 갔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 배경엔 가족의 힘이 있었다. 문도엽은 “우승 순간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아내였다. 일주일 내내 옆에서 멘털 관리를 많이 도와줬다”며 “플레이가 안 풀릴 때 ‘잘하고 있어’, ‘즐겨’라고 말해준 게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문도엽은 제네시스 포인트 1위에도 올라섰다. 이제 시선은 더 큰 무대로 향한다. 그는 “올시즌 끝까지 일관성 있는 플레이를 이어가고 싶다. 제네시스 대상도 욕심난다”며 “드라이버 거리도 늘어 PGA 투어 도전에 대한 욕심도 생긴다. 기회가 된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경북 지역에서의 좋은 기운도 계속됐다. 2018년 KPGA 선수권대회 첫 승, 2022년 DGB금융그룹 오픈, 그리고 이번 경북오픈까지. 유독 경상도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 문도엽은 “우연찮게 와이프도 대구사람이다. 경상도랑 잘 맞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