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강동현 기자] 스무 살도 채 안 된 아기 호랑이가 올 시즌 KBO리그를 씹어 먹고 있다.
2024년 호랑이 팬이 ‘도니살’(도영아 니땀시 살어야)로 행복했다면, 현재는 ‘끼니살’(끼끼야 니땀시 살어야)로 즐거워한다.
KIA 1번 타자 외야수 박재현(20) 얘기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서 귀여운 원숭이 분장을 하고 나타나 팬 사이에서 애칭 ‘끼끼’로 불렸는데 1년 만에 가진 끼를 다 보여주고 있다.
팀의 골칫거리였던 리드오프와 외야 한 자리를 맡아 그야말로 날아다닌다.

2년 전 KIA를 통합우승으로 이끈 팀 선배 김도영(23)과 감히 비교될 정도다.
박재현은 18일 현재 2026시즌 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8 OPS 0.927 7홈런 10도루 26타점 26득점을 기록했다.
김도영의 2024시즌 이맘때 성적을 살펴보니, 5월 18일 기준 43경기 타율 0.343 OPS 0.967 11홈런 18도루 29타점 39득점이다.

기록으로는 김도영이 모든 지표에서 조금씩 앞선다.
당시 데뷔 3년 차 김도영은 수비 포지션이 3루수로 고정된 뒤 공수가 모두 살아나며 이름값을 했다. 4월 KBO리그 역대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을 작성하며 ‘슈퍼스타’ 탄생의 서막을 알렸다. KIA가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문동주(23·한화)를 제치고 1차 지명한 이유를 2년 뒤에야 제대로 증명해냈다.

박재현은 올 시즌 주전 자리를 늦게 꿰찼지만 존재감은 강렬했다.
지난달 26일 광주 롯데전에서 선발 톱타자로 처음 출장해 1회 첫 타석부터 선두타자 홈런을 터뜨렸다. 화끈한 데뷔 첫 아치였다. 리드오프로 나선 100타석에서 타율 0.348 7홈런 19타점의 쏠쏠한 성적을 올렸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무려 0.395다. 4홈런 11타점 4도루를 적으며 KIA 주축 타자가 됐다.

지난 주말 선두권 삼성과의 대구 3연전은 정점이었다.
15일 9회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믿기지 않는 역전 2점 홈런을 뽑아낸 데 이어, 16일 호투하던 선발 잭 오러클린을 2점 홈런으로 두들겼다. 17일 6타수 5안타(개인 최다 안타) 2타점 2도루 4득점으로 대폭발하며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팀이 투타 안정을 찾으며 다시 승률 5할로 복귀하는 데 중심에 섰다.
박재현은 타율-도루에서 팀 내 1위고, 홈런-타점-OPS에서는 김도영에 이어 팀 내 2위다.
타고난 타격 재능에다 빠른 발, 좋은 어깨를 가졌다. 데뷔한 2025시즌 타율 0.081로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지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아시아 쿼터 제리드 데일(26) 카드 실패로 더 커진 1번 타자 고민을 지웠고, 숨겨둔 장타력까지 뽐내고 있다.
KIA 최신형 엔진으로 거듭난 박재현이 올드팬에게 ‘바람의 아들’ 이종범을 소환한다. 2024년 김도영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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