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올시즌 경륜판이 더 뜨거워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란 미국 야구 전설 요기 베라의 격언이 딱 들어맞는다. 예상대로 끝나는 ‘무난한 경기’보다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순위가 뒤집히는 역전극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팬들의 긴장감과 보는 재미도 커졌다. “결승선 통과 전까지는 모른다”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실제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올해 1월 1일부터 5월 10일까지 열린 광명 19회차, 총 928개 경주를 분석한 결과 인기 순위 1·2위 선수가 그대로 입상하는 경주는 줄었다. 대신 인기 2위가 1위를 뒤집는 이른바 ‘쌍승 뒤집기’는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인기 1·2위 선수가 순서대로 입상한 경주가 358건으로 전체 38.58%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298건(32.11%)으로 감소했다. 반대로 ‘쌍승 뒤집기’는 지난해 77건(8.3%)에서 올해 88건(9.4%)으로 늘어났다. 강자가 무조건 이기던 흐름이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큰 변화는 경기 운영 방식이다. 최근 경륜은 초반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는 선행 승부가 많아졌다. 주도권을 먼저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체력 소모 역시 커졌다. 결국 마지막 한 바퀴에서 힘이 떨어진 선행형 선수들을 마크·추입형 선수들이 잡아내는 장면이 늘고 있다.

예전처럼 ‘강자가 앞에서 끌고 그대로 끝나는’ 흐름도 줄었다. 도전 세력들이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고, 팬들 사이에서 지적됐던 이른바 ‘점수 경륜’이나 ‘기차놀이식 전개’도 감소했다는 평가다. 그만큼 마지막까지 순위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주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특히 일요일 경주의 긴장감이 가장 컸다. 올해 쌍승 뒤집기 경주는 금요일 27건, 토요일 26건이었지만 일요일은 무려 35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일요일 기록이 21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 폭이 확연하다. 회차 마지막 날일수록 선수들의 승부욕이 극대화되며 ‘한 방 승부’가 더 많아진 셈이다.

역전극의 중심에 선 선수들도 눈길을 끈다. 김태호(29기, A1, 청평), 최근영(19기, A2, 청평), 신은섭(18기, S1, 동서울)은 각각 세 차례씩 열세 평가를 뒤집고 우승하며 강한 뒷심을 보여줬다. 김지훈(16기, A3, 인천), 김주한(24기, A1, 서울개인), 성낙송(21기, S1, 창원 상남), 유다훈(26기, A1, 전주) 등은 두 차례씩 역전승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기대를 모으고도 막판 역전을 가장 많이 허용한 선수는 신인 최건묵(30기, B1, 서울 한남)과 류재열(19기, SS, 수성)이었다. 두 사람 모두 네 차례씩 선두를 지키지 못했다. 강자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예상지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은 “최근 경륜은 단순한 힘 싸움이 아니라 경기 흐름과 막판 집중력이 훨씬 중요해졌다”며 “특히 마크·추입형 선수들도 더 이상 2착에 만족하지 않고 과감하게 우승을 노리는 흐름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결국 올 시즌 경륜의 가장 큰 변화는 ‘예측 불가’다. 초반 줄서기만 보고 결과를 단정할 수 없는 경주가 많아졌고, 마지막 직선주로까지 승부가 이어지면서 팬들이 느끼는 박진감 역시 한층 커졌다. 지금 광명스피돔에서는 매 경주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승부’로 바뀌고 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