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자살률 방지책 복지부만 대안 제시

활발한 신체활동=정신건강 강화 모르나

K-컬처·관광 올인, 문체부 아닌 ‘문광부’

부처간 협업으로 근본원인 해결책 찾아야

국민주권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이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를 통해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주요 성과를 공개했다. 불법 비상계엄 등으로 무너진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하고, 코스피 수직 상승과 수출 호조 등 경제 재건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방정부 발전을 위한 각종 제도와 정책 등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청와대나 문체부 모두 출범 1년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체육 정책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스포츠정책이 단순한 체력단련이 아닌 정신건강 강화 등 복지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를 짚는다. 해외 사례뿐만 아니라 전문가 인터뷰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현실을 짚고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대한민국의 현재 위상을 고려하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망신이 없다.”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겸한 비상 경제점검회의. 국무조정실과 보건복지부의 자살 예방 대책보고를 받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탄했다.

굳이 ‘격노’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건 처방전이 시답잖아서다. 부처간 협업이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행정 편의주의 타파를 강조한 ‘국민주권정부’의 기조가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내놓은 ‘자살 고위험군 긴급대응·위기해소 강화 방안’은 ▲자살 예방 상담전화 ‘109’ 인력 확충 ▲24시간 대응 체계 구축 ▲긴급출동 인력 증원 ▲본인 동의 없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검토 등이다. 처방 자체는 틀린 게 아니다. 복지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왜 아이들이 위기에 빠지는가’라는 근본 질문에는 어느 부처도 답하지 않았다. 이 질문은 문화체육관광부 몫이다. 복지 정책에는 ‘자연·사람과 교감을 위한 신체활동의 중요성’이 빠져있다. 이 중요성을 실천할 수 있는 스포츠 정책을 문체부가 제시해야 한다.

정부의 스포츠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놀이 중심의 유아 친화형 스포츠 교실 확대”와 “학교스포츠클럽 참여기회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일 잘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스포츠 공약은 이마저도 지켜진 게 없다.

정부는 올해 업무계획에 ‘신뢰받는 스포츠와 건강한 국민’을 4대 과제 중 하나로 포함했다. 세부 목표는 ▲국제 스포츠대회 참가 지원 ▲스포츠 폭력 근절 ▲생활체육 활성화 등이다. 가시적 성과나 로드맵은 출범 1년이 다 되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

‘건강’은 신체에 국한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왜 뛰어놀아야 하는지, 뛰지 못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 고리를 찾아 정책으로 연결해야 한다. 청소년 정신건강과 스포츠 활동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중앙정부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너도나도 돔구장 건립 공약을 쏟아내지만, 당선 후 체육예산은 줄이고 복지예산은 늘리는 엇박자가 반복된다. 스포츠를 ‘표가 되는 이벤트’로만 보는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구조는 달라지지 않는다.

대통령의 스포츠 정책이 뜬구름 잡는 식인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스포츠=체육’이라는 오랜 관념을 깨지 않으면, 한국 스포츠 발전은 물론 ‘건강한 사회인 양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위기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시스템은 꼭 필요하다. 문제는 당시 회의에서 ‘아이들이 왜 위기에 빠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누구도 하지 않은 사실이다. 문체부 최휘영 장관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최 장관도 벌써 취임 10개월을 맞이한다. 문화예술, 관광, 종교, 국정홍보 등 할 일이 워낙 많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제외한 모든 영역을 문체부가 관장한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방대한 업무를 관장한다.

이재명 정부 들어 문체부는 ‘체육정책’을 관장하는 부처라는 이미지가 없다. 체육단체를 만나 현안을 듣고 있지만,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 문화, 그것도 K-팝 중심의 정책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만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은 “망신”이라고 했다. 그런데 내놓은 건 상담 전화 인력 충원이다. 아이가 세상과 헤어질 결심을 하기 전에, 뛰어놀 권리를 누리게 하는 것이 국가의 일이다. 이 순서를 모르는 건 아닐 것이다. 알면서 하지 않는 것이라면, 더 큰 문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