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쎄시봉’의 배우 강하늘.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영화 ‘쎄시봉’의 배우 강하늘(25)은 신중했다. “나는 (연기자로서)길게 가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쎄시봉’(김현석 감독·제이필름,무브픽처스 제작)에서 가수 윤형주 역으로 열연했다. “출연분량에 대한 욕심을 부리기에는 나는 뭔가 막연한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SBS ‘상속자들’, tvN ‘미생’ 등에서 주연이 아니면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그는 자신의 원칙을 갖고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영화 ‘쎄시봉’의 배우 강하늘.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강하늘이 얘기하는 ‘막연한 자신감’이란 무엇일까? “웃기는 이야기지만, 어렸을 때부터 ‘나는 좋은 작품을 하고 언젠가 좋은 사람이 될 거야’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내가 엄청난 인기를 얻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며 미소지었다.

영화 ‘쎄시봉’의 배우 강하늘.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연기자로서 그의 선택은 언제나 자신의 원칙 속에서 이루어진다. ‘쎄시봉’ 다음인 ‘순수의 시대’ 출연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교복을 입는 역할을 자주 했다고 해서 타락한 캐릭터를 고른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연기 변신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내가 출연한 캐릭터들이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해도 다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보여지는 모습이 비슷했다고 해서 반대되는 캐릭터를 선택해 연기변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최근 쉼없이 작품을 하고 있는 것은 “이 작품만은 내 필모그래피에 남기고 싶다”는 연기 욕심 때문이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역할은 없다’는 말이 좋다”는 그는 “지금까지 작품을 고르는 내 선택은 ‘지금 못알아봐도 좋다. 앞으로 좋은 사람이 될 거니까’라는 자신감 때문인 것 같다”며 설명했다.

‘쎄시봉’은 정우와 한효주의 멜로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한편으로는 트윈폴리오와 가상의 인물 오근태(정우), 이장희(진구)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정우 형과 진구 형은 진작부터 팬이었다. 영화 촬영을 하면서 두 분을 만나고 말을 섞는 게 너무 좋았다. 막내라서 ‘갈굼’은 많이 당했지만(웃음) 현장에 늘 음악이 있었고 행복했다. 진짜 쎄시봉이 이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뿌듯해했다.

영화 ‘쎄시봉’의 배우 강하늘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우연인지 운명인지, 강하늘의 아버지가 강하늘이 맡은 윤형주의 팬이었다. “윤형주 선생님을 보고 너무너무 가수가 되고 싶으셨다는 아버지는 지금도 ‘쎄시봉’의 라이벌인 ‘오비스캐빈’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신다”며 웃은 그는 “그런 윤형주 선생님 역할을 내가 했다는 게 어리둥절하다. 모든 것을 떠나 윤 선생님께 누가 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영화 ‘쎄시봉’의 배우 강하늘.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연애에 대해서도 강하늘은 스스로의 원칙에 엄격하다. “연예인, 특히 연기하는 사람을 상대로 연애하고 싶지는 않다”며 “그런데 주변에 온통 연기하는 여자만 있다. 그래서 연애한 지 오래 됐다”며 웃었다. “연애는 오로지 내 사생활로 지키고 싶은데 교제 상대까지 연기자면 너무 많은 관심 속에 사랑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강하늘에게 ‘기사가 나가고 혹시 연기자와 좋은 감정이 생기면 어쩌냐’고 물었더니 “그래서 더 얘기하는 거다. 많이 얘기해놔서 다들 알고 계시면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더 크지 않겠나”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쯤되면 엄격함을 넘어 독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원칙주의자다. 강하늘은 그렇게 엄격하게 선택한 작품들로 ‘쎄시봉’, ‘순수의 시대’, ‘스물’까지 연이어 관객들을 찾는다. 그의 ‘원칙주의’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캐릭터로 승화될 지 궁금해진다.
김정란기자 peac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