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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2006년 발표한 더 레이의 노래 ‘청소’는 요즘 아이돌 팬 사이에서는 원곡자보다 엑소 백현의 노래로 유명하다. 백현이 이따금 방송 등에서 부르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로 꼽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더 레이는 백현 때문에 자신의 옛 노래가 알려진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만나면 고맙다고 할 것 같다. 백현과 듀엣으로 이 노래도 한번 꼭 불러보고 싶다. 언젠가 그런 무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는 백현이 부른 ‘청소’에 대한 엑소 팬들의 반응도 인터넷 게시판에서 살펴본 적이 있다. ‘더 레이보다 백현이 더 잘부른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더 레이는 “인정한다”고 쿨하게 답했다. “나와는 다르게 청초하고 순수하게 부르는 데 느낌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직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가수가 내 노래를 부르는 게 신기했다. 꼭 만나서 인사하고, CD라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더 레이는 백현을 만나면 딱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최근 내가 발표한 ‘고백송’도 한번 불러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엑소 팬들만 내 노래를 들어줘도 그게 몇명이냐”는 게 그의 ‘계산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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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이는 백현 팬들에게는 ‘청소’의 원곡자로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데뷔한 지 9년 된, 국내 정상급 보컬리스트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소속사를 옮겨다니는 과정 속에서 여러 앨범을 발표하면서도 회사 사정,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데뷔곡 ‘청소’의 벽을 넘어보진 못했다. 지난해까지 가수 경력 8년 동안 TV에 출연한 게 데뷔 시절 딱 한번, 라디오는 3~4번에 불과했고 심지어 행사도 2006년 숙명여대 기숙사 파티에 초청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정도다. 그렇게 그는 실력에 비해 지독히 운이 없는 20대를 보냈다.
더 레이는 “사람들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리 힘들진 않았다. 20대 초반에 바로 떠서 잘 되다가 서른 무렵 내리막길을 타는 것보다는 내가 더 순리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실패도 겪으며 이제 막 삼십대가 됐다. 나름대로 잘해왔다, 잘 버텨왔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싱글 ‘고백 송’을 발표한 뒤 예전과는 다르게 TV, 라디오 등에 활발하게 출연하고 있다. “누굴 만나면 내 얼굴은 모르는데 내 노래 ‘청소’만 아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엔 상처도 받았는데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가수니까 얼굴보다 노래를 기억하는 게 낫겠다 싶기도 했다. 그런데 기왕이면 얼굴도 알리는 게 조금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하게 된다”는 더 레이는 “가수로서, 작곡· 작사가로서 입지를 굳히고 활동해 보고 쉽다. 또 사람들에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 노래를 할 줄 아는 가수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