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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회, 그 이후까지 초심을 잃지 않겠다.”
‘국민 신문고’, ‘한국판 CSI’로 통하는 SBS 시사교양 ‘그것이 알고 싶다’가 900회를 넘겼다. 1992년 3월 31일 첫 방송해 6월 29일 900회를 넘어 903회까지 방송됐다. 매주 토요일 심야 시간이면 ‘그것이 알고 싶다’가 어김없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고, 방송 후 SNS, 유투브, 각종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최근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5월 25일), ‘979소년범과 약촌 오거리의 진실’(6월 15일), ‘수상한 배려-귀족학교 반칙스캔들’(6월 22일), 900회 특집 ‘죄와벌-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 이후’(6월 29일) 등은 시청자의 공분을 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21년간 사랑 받아온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인기 비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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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시청률 50%, 미제사건 시리즈부터 포맷 고정
초기엔 사이비종교, 미제사건 등을 주로 다루는 시사다큐로 시작해 지금은 탐사보도로 다른 시사프로와 차별화하고 있다. 최근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한 방식으로 1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박상욱 팀장은 “1000회, 이후에도 지금처럼 사랑받도록 발로 뛰겠다. SBS 창사 초기 MBC에서 온 PD들을 주축으로 기획돼 당시 50%라는 전설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의 인기 바탕에는 시청자들의 ‘공분’이 깔려있다. 지난해 ‘사냥꾼과 두 여인’, 최근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등을 연출한 김재원 PD는 “시청자들이 공분하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가진 자인 사회 지도층의 부정부패를 제대로 걸러주지 못한다는 분노가 있다. 상식이 안 통하는 세상이 우리 프로그램을 키우는 게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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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는 섬세한 재연과 강력한 스토리텔링으로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김재원 PD는 “800회 특집으로 미제사건 3부작을 한 게 잘 되면서 사건 재연 등 지금의 포맷을 갖췄다”고 밝혔다. 2011년 포항연쇄자살사건을 비롯해 최근 ‘약촌 오거리의 진실’의 김원태 PD도 “당시 3대 미스터리였던 20세기 사건을 21세기 수사기법으로 접근해보자는 취지였는데 차별성 있는 재연과 스토리텔링이 좋아 어필한 것 같다”고 했다. 범인의 얼굴을 3D 몽타주를 쓰는 등 과학적인 기법을 추가해 미국 드라마 ‘과학수사대 CSI’를 방불케 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방송이 끝나면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한바탕 난리가 난다. PD들은 “전 국민이 탐정이 된 것 같다. 1안, 2안부터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가 하면 유명 인터넷 게시판에 관련 글이 주루룩 올라온다. 시청자 제보로 아이템을 선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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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팀도 놀라는 완벽 재연과 스토리텔링의 힘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은 사모님을 재연한 배우의 열연이 시청자들의 공분에 불을 지피는데 큰 몫을 했다.
김재원 PD는 “재연배우를 쓸 때 사건 관계자의 사진을 보고 최대한 유사한 사람을 기용한다. 사모님 역을 한 배우는 자신이 그렇게까지 부각될 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CCTV가 있으면 의상까지 비슷하게 하는 등 디테일에 신경 쓴다. 실제 인물이 있는데 재연배우가 덩그러니 나오면 몰입도가 떨어져 재연배우의 실루엣이나 뒷모습 등을 쓰다 보니 우리 심의팀도 ‘왜 얼굴을 내보내느냐’고 해 ‘대역입니다’라고 말해준 적도 있다”며 미소 지었다.
간결하고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과 시작 코멘트도 여느 시사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 스토리텔링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건 작가들의 공이다. 첫 코멘트를 위해 작가가 반나절 공을 들이기도 한다. 꿈, 소문, 미신 등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장치로 시작하는 것도 특징이다.
김재원 PD는 “최근에는 고유명사로 제목을 다는 게 트렌드인 것 같다”면서 “그림과 재연을 넣는 부분 등 구성이 재미있고 맛깔나게 뽑혀야 해서 우리팀 작가는 아무나 할 수 없다. PD와 작가의 역할이 다르지 않고 서로 제대로 역할하지 견제도 하지만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한편을 위해 PD, 메인 작가, 서브작가, 조연출, 지원팀으로 취재 PD, 막내 작가까지 총 6명이 매달린다”고 말했다.
이미 영화로 제작된 ‘그 놈 목소리’, ‘살인의 추억’, ‘이태원 살인사건’ 등 처럼 방송 내용을 보고 영화로 제작하고 싶다는 문의도 꽤 있다. 박 팀장은 “‘사모님~’편은 영화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약촌 오거리’편은 제작사가 정해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 형식을 빌리고 싶거나 제작진을 모티브로 드라마, 영화를 하고 싶다는 사람도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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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간의 기적은 계속돼야 한다
6명의 PD가 각자 관심사나 전문분야에서 기획 아이템을 발제한 뒤 6주에 한번씩 돌아가며 방송한다. PD들은 저마다 사학재단 비리의 저승사자, 범죄물, 악인 시리즈, 종교 등 전공 분야가 있다. 2주간 아이템을 정하고 2주간 촬영, 1주간 편집해 방송하기까지 사생활이 올스톱되는 고된 일정에도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많은 교양 PD들의 로망이다.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탐사보도를 하다보니 취재과정에서 가해자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각종 소송이나 협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을 계속 하는 원동력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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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태 PD는 “프로그램을 할수록 세상에 이렇게 억울한 사람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종교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려고 교주와 협상해서 빼낸 애들이 군대 가고, 대학 가서 전화오면 그런 게 고맙다. 우리가 사회를 크게 바꾼 건 아니지만 아이들 삶의 전환점이 되진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고 만족해했다.
김재원 PD는 “‘언제 한우 먹으러 오느냐’고 묻거나 ‘한이 다 풀려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제작진은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하면 다를 걸로 기대하는 게 제일 부담스럽다.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하는 상식선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면서 방송을 통해 사생활 침해로 뜻하지 않게 제2, 제3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요즘 시청자들은 정말 무섭다. 방송후 신상털기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사생활 보호에 각별히 신경 쓴다. 시청률이나 사회적인 반응에 대한 부담없이 좋은 프로, 의미있는 프로를 하자고 서로 격려하고 있다.”
조현정기자 hjch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