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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벼락스타’의 등장으로 표현하기보다 공들여 키운 보배가 어울릴 듯하다.
만 18세5개월2일의 나이로 프로 데뷔골을 넣으며 K리그 클래식 최연소 득점 기록을 경신한 부산 고졸 신인 김진규(18)가 주목받고 있다. 27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원래 슛 생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몸이 그렇게 움직이더라. 공을 찬 순간 궤적을 보고 ‘들어갔다’고 느껴 관중석으로 달려갔다”고 웃었다. 전날 대전과 23라운드 홈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24분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절묘한 오른발 감아 차기 슛으로 반대편 골문을 갈랐다. 반박자 빠른 템포의 슛과 정확성이 겸비된 신인답지 않은 골. 성적 부진으로 윤성효 감독이 떠나는 등 내부 혼란이 지속한 부산이 9경기 만에 챙긴 승리의 골이다. “최연소 득점 타이틀보다 팀이 중요하게 여긴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어 행복했다.” 여성 팬에 둘러싸여 축하받은 것에 “여자 친구가 있어서 그쪽(가변석)으로 달려간 것 아니냐고 하는 분이 있다. 오해다. 첫 골을 넣은 웨슬리가 가운데로 뛰길래 나는 골문 뒤에 있는 관중에게 달려간 것”이라고 했다.
K리그 등록 선수 중 가장 어린 김진규가 후반기 부산의 난세영웅이 될 것인가. 지난 4일 성남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이후 4경기를 치렀을 뿐이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뿜어내는 재능은 단연 돋보인다. 안정적인 공 소유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경기 조율 능력, 패스, 슛은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데니스 이와무라 감독(대행)께서 공격 밸런스를 잡는 역할을 강조한다. 오히려 막내여서 잃을 게 없는 것 같다. (주)세종이 형을 비롯해 선참들이 뒤는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해줘 감사하다.” 세트피스 훈련 때도 주세종과 번갈아가며 킥 연습을 하고 있다. 부산의 확실한 공격 루트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도 아직 세종이 형보다 힘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하하.”
고교 출신 선수가 무조건 프로 무대에서 성공한 건 아니다. 오랜 기간 벤치만 달구다가 경기력이 떨어져 거듭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어차피 프로 선수가 목표인 이상 부산 유니폼을 입고 성공하겠다고 다짐한 김진규도 지난 4월 수원JS컵에서 피부에 와 닿았다. 유일한 프로 선수이나 출전 시간이 부족, 안 감독이 대학 무대에서 뛰는 선수를 대거 중용했다. “처음으로 별 생각을 다했다. 나도 대학에 갔어야 했나. JS컵을 계기로 확실히 팀에서 뛰어야 산다는 교훈을 얻었다.” 마음을 다잡고 정진한 건 당시 피지컬 코치를 맡은 데니스 현 감독 덕분이다. “당장의 경기 체력이나 감각이 더딜 순 있어도 이럴 때 더 준비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내가 보완해야 할 점을 찾으면서 집중력 있게 운동한 것 같다. 착실하게 준비하니 데뷔전을 뛰게 되더라.”
닮고 싶은 선배는 주저없이 주세종을 외쳤다. “90분 내내 일정한 활동량은 물론, 수비에도 적극적이다. 내가 부족한 면을 지녔기에 배워야 할 게 많은 선배다.” 반면 자신의 데뷔골을 도운 이규성은 부산에서 가장 친한 동료로 꼽았다. “경기장 뿐 아니라 밖에서도 잘 맞는 형이다. 여가 시간에도 같이 식사도 자주 한다.” 평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독일 분데스리가를 즐겨본다는 그는 “언젠가 내가 동경한 사비 에르난데스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몸담은 바르셀로나와 경기하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반기 개인의 목표보다 팀 오름세 중심에 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복 없이 매경기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우선이다. 그러다 보면 팀도 강등권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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