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kt 위즈, 장성우 포수 빼고 황창규 회장 투입?
[수원=스포츠서울 김도훈기자]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24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진행된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깜짝 이벤트로 시포를 하기 위해 경기 전 몸을 풀던 장성우와 자리를 바꾸고 있다.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지난 5월 2일 밤이었다. 대전에서 한화와 롯데 경기가 끝난 직후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곧이어 롯데 관계자가 “트레이드 협상이 타결돼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보다 일찍 경기가 끝난 수원구장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 kt 관계자는 “고위층에서 직접 단행한 트레이드라 일반 직원들은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향후 ‘10년 에이스’로 불리던 고졸 2년차 박세웅이 포함된 대형 트레이드가 터진 것이다.

◇조범현의 설득 kt를 움직이다

특별지명과 프리에이전트(FA) 영입으로는 도저히 시즌을 꾸리기 어려운 전력이었다. 이미 4월 20일 LG에서 내야수 박용근과 포수 윤요섭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지만, 부족한 전력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kt의 10년 미래를 짊어질 우완 투수’로 불리던 박세웅을 카드에 넣고서야 만족할 만한 트레이드를 이끌어 냈다. 롯데와 kt가 카드를 주고 받을 때 포수 장성우의 이름이 나왔다.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포수로, 롯데에서 삼성 김상수나 LG 봉중근 이상의 가치로 여겼던 인물이 시장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김진훈 단장이 난색을 표했다는 점이다. 조 감독의 설득이 이어졌다. 조 감독은 “국내 프로야구는 아무래도 투수보다는 포수가 더 큰 역할을 한다. 박세웅 같은 투수는 간혹 등장하지만, 대형포수는 앞으로도 찾아내기 어렵다”고 김 단장을 설득했다. 야구단 운영에 익숙치 않았던 김 단장도 조 감독의 확신에 마음이 흔들렸고, 오케이 사인을 냈다. kt가 팀 색깔을 바꾼 결정적인 이 트레이드는, 시즌 막판 조 감독 스스로도 “팀을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도록 한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돌아봤다. 경기력이 좋아지면서 황창규 회장의 관심도 높아져, 지난 24일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홈 경기에서 직접 시포를 하는 깜짝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한국통신 창립 130주년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로 볼 수 있는 이벤트였는데, 야구단에 대한 그룹의 시각이 얼마나 우호적으로 변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조 감독은 “회장님이 요즘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챙겨보실 정도로 구단에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SS포토]\'고춧가루\' 제대로 뿌리는 kt, SK 꺾고 4연승
[수원=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kt 조범현 감독(맨 왼쪽)과 코칭스태프가가 30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kt와 SK의 경기에서 SK에 승리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upandup@sportsseoul.com

◇시행착오 통해 성장 중인 프런트

트레이드 일화에서도 드러났지만, 야구단을 처음 맡은 단장도 선수들과 함께 성장 중이다. 격의 없는 행동 때문에 오해도 많이 샀다. 시즌 중 몇몇 선수들에게 타격 분석 데이터를 제공해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기량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게 김 단장의 생각이지만, 아직 KBO리그에서는 세이버 매트릭스가 활성화돼 있지도 않고, 프런트의 현장개입이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순수한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보기에 따라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영역을 단장이 침범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때때로 배팅케이지 뒤에서 배트 한 자루를 들고 선수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조 감독은 “참 재미있는 분”이라며 웃어 넘겼다. 김 단장의 독특한 행보가 악의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미소였다. 실제로 특별지명과 FA 영입, 대형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 교체 등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현장에 대한 프런트의 신뢰가 높아지면서 불협화음을 일으킬 듯 하던 현장과 프런트의 관계가 매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조 감독은 “파트별 팀장들의 맨파워를 보라. 다른 구단과 비교해도 뒤질 게 없는 구성이다. 단장이 이런 팀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면, 충분히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SS포토] kt 조무근, 진격의 거인? KIA전 마무리 출격!
[수원=스포츠서울 김도훈기자] kt 위즈 조무근이 2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5-3으로 앞선 9회 역투하고 있다. dica@sportsseoul.com

◇체계적 현장지원 시스템 정착 시급

나도현 운영팀장을 비롯해 노춘섭 육성팀장, 조찬관 스카우트팀장 등은 현대 KIA LG 등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프런트들이다. 관습과 관행을 깨고 메이저리그처럼 구단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다. 조 감독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함께 생활을 해보니 참 스마트한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최고의 실무진을 갖췄기 때문에 구단의 지원만 뒷받침 된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강팀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여름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에도 소개된 ‘야구장의 워터파크화’ 같은 이벤트는 물론, 10개구단 중 처음으로 폐쇄형 흡연실을 설치하는 등 관중편의 또한 선배 구단들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지원 체계는 팬심을 확보한 마케팅전략보다 진행속도가 더디다. 경기도 여주에 짓기로 한 2군 전용 훈련장은 행정절차 등의 이유로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전북 익산시와 협의해 3년 간 익산에서 2군이 생활할 계획이지만, 전세로 집을 얻은 셈이라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김 단장은 “kt는 결코 투자에 인색한 팀이 아니다. 올 겨울에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며 든든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른바 ‘절대오너’가 없는 kt그룹의 특성을 고려하면, 김 단장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때문에 체계적인 현장지원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최고의 실무진과 코칭스태프를 보유한 kt가 꾸준히 경쟁력을 갖추려면, 그룹 총수가 바뀌어도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지원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막내구단의 두 번째 시즌은, 구단이 나아갈 방향을 얼마나 빨리 설정하고 실행에 옮기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