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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넥센 타이어와 메인 스폰서십 계약이 만료되는 서울 히어로즈가 또다른 파트너로 J 트러스트 그룹에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히어로즈는 연간 100억원에 육박하는 대형 계약을 이끌어 내고, 고척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메인 스폰서십을 고액에 계약했다는 것은 프로야구단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J트러스트 그룹이 일본 기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정 교과서 논란 등으로 증폭된 반일 정서를 고려하면, 팬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프로야구가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려면 대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기업의 참여구도를 확대하더라도 프로야구라는 국민스포츠의 품격에 맞는 업체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일본자금’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반감을 줄 수 있다. 실제로 NC와 kt가 창단할 때 제2금융권 기업이 뛰어들 계획이었지만 ‘일본계 자금’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뜻을 접기도 했다.
이승엽(삼성)과 박찬호(은퇴) 이대호(소프트뱅크) 등이 몸담았던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소속 오릭스는 국내 팬들 사이에 매우 유명한 일본 대부업체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잇따라 영입해 한류 마케팅에 성공한 오릭스는 그 인기를 등에 업고 국내 진출에 성공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로 이들을 영입한 뒤 오릭스는 국내 저축은행 시장에 진입했다. 오릭스 프라이빗 에쿼티 코리아(오릭스 PE)는 최근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 들며 이른바 제도권 진입을 노렸다. 하지만 지난 19일 “일본계 기업의 한국 증권사 인수에 대한 악의적이고 배타적인 비난 여론으로 인한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며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오릭스측은 “1964년 오사카에서 종업원 13명, 자본금 1억엔의 소규모 리스회사로 시작해 부동산 개발, 자동차 리스 및 렌털, 생명보험, 은행, 카드대출 사업 등을 영위하는 종합 금융 서비스 회사다. 한국의 한국금융투자, 메리츠금융지주 등과 유사한 업종”이라며 대부업 논란을 반박했다. 그럼에도 국민 정서는 ‘오릭스는 일본계 대부업체’라는 인식이 강하다.
J트러스트 그룹도 지난 15일 하이캐피탈과 네오라인크레디트 대부 주식 100%를 매각했다. 국내 진출할 때 시작한 대부업무를 모두 중단하고, 친애저축은행 등 제2 금융업만 남겨뒀다. 그러면서 “J트러스트 그룹은 대부업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는 방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그 방편으로 히어로즈가 매우 좋은 ‘광고판’이 된 셈이다.
자금논리로만 보면, 막을 이유가 없다. 삼성 LG KIA 등 다른 구단들은 국내 그룹을 모기업으로 삼고 있다. 히어로즈는 스폰서십을 바탕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때문에 돈을 주겠다는 기업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기업들이 야구단 투자에 인색한 현실을 고려하면,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한 야구관계자는 “그렇다고 삼성 히어로즈로 뛸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삼성 헬멧에 LG 휴대전화 광고를 붙이고, KIA 유니폼에 쉐보레 로고를 부착하면 큰일나는 게 국내 프로야구 현실이다. 넥센 타이어가 메인스폰서로 광고효과를 누렸지만, 액수로는 다른 기업이 실질적인 메인 스폰서였다는 것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히어로즈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기업’이라는 이름이 주는 반감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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