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늘 과감하고 신선했다. 꼭 좋은 건 아니다. 새롭다는 건 익숙함과 배치된다.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느리다는 건 분명한 우려가 있다. 자칫 외면받기 쉽다. 용기가 필요하다. 대중음악을 섞는다는 의미의 ‘믹스팝’을 내세운 그룹 엔믹스는 늘 외줄을 타는 것과 같았다. 남들이 가지 않은 유토피아 ‘믹스토피아’의 여정은 더 섬세0하고 날이 설 수밖에 없었다.
방향을 틀지 않았다. 쭉 달려왔다. 어느덧 3년차가 된 엔믹스의 여정이 의미 있는 도착지에 당도한 듯 보인다. 지난달 17일 발매한 미니4집은 ‘에프이쓰리오포: 포워드(Fe3O4: FORWARD)’ 그간 켜켜이 쌓아온 엔믹스 ‘믹스토피아’가 만개한 앨범이란 평가가 자자하다.
상상하는대로 세계가 이뤄지는 유토피아를 앞세운 엔믹스의 본질은 세상에 나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자는 의미가 있다. 현실 세계에서 숱한 위기를 거쳐 두려움을 이겨내고 이제야 비로소 진짜 나를 보여겠다는 각오다. 남들이 싫어할만한 뾰족한 부분을 잘라내지도 구부릴 필요도 없단다.
여성 서사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문구가 ‘믹스토피아’와 결합하면서 뮤직비디오는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연상케하는 웅장함을 연출한다. 음악은 파격적이다. 대중적인 음악을 섞는다는 사전적 의미의 믹스팝은 어려운 숙제다. 답은 노래에 있다.
마치 두 개의 노래가 충돌하는 이미지를 가진 ‘하이 호스(High Horse)’나, 잔잔한 보컬로 전반부를 메우다 특정 순간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 ‘노우 어바웃 미(KNOW ABOUT ME)’는 ‘변주의 미학’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혀 다른 템포와 장르를 가진 멜로디가 결정적인 순간 적절하게 이어진다. 미세한 흐름이 리스너의 귀를 낚아챈다.

생소하고 낯선 것일수록 작은 오차는 사고로 이어진다. 허술하거나 미흡이 느껴지는 순간, 실험은 곧 실력이 된다. 엔믹스의 음악은 약간의 어설픔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여섯 소녀의 여정을 담아내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생소함에서 오는 경계를 메우는 건 퍼포먼스다. 일각에서는 ‘JYP엔터테인먼트 공채 개그맨 1기’라고 나올 정도로 예능감이 좋다. 극한의 끼를 발산하는 해원을 중심으로 오만가지 티키타카를 선보인다. 케미스트리 면에서 대항마가 없다. 웃기는 건 무대 뒤에서다. 무대에만 오르면 눈이 싹 돌변한다. 실력 없이 K-POP 무대에 오를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향 평준화 됐음에도, 4세대 아이돌 중에서 실력으로 가장 먼저 이름이 나오는 그룹이다.
반응은 뜨겁다. 음악 방송은 벌써 3관왕이다. MBC M ‘쇼! 챔피언’, KBS 2TV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양성을 앞세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셈이다. 각종 콘텐츠에서의 라이브 퍼포먼스도 눈에 띈다. KBS2 ‘더 시즌즈 - 박보검의 칸타빌레’에서 보여준 ‘노우 어바웃 미’ 퍼포먼스나, 비욘세의 ‘러브 온 탑(Love On Top)’ 라이브 커버도 화제다. 대중성을 띤 엔믹스는 더 강력하다.

곧 투어를 떠난다. 오는 19일부터 타이베이 공연으로 두 번째 팬 콘서트 투어를 이어간다. 5월에는 미국 헌팅턴 시티 비치에서 열리는 유명 페스티벌 2025 아이하트라디오 왕고 탱고 출연이 예정돼 있다. 참고 부딪히며 쌓아온 엔믹스의 서사에 앤서의 메아리도 더 크게 들려온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