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스포츠서울] 3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13-2014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가 열렸다. 1순위로 창원LG에 지명된 경희대 김종규가 김진 감독과 악수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프로농구 한번 뒤집어 보겠습니다. 대학농구 많이 흔들어봐서 잘 살릴 수 있어요. 느낌아니까.”
역시 김종규(22·206.3㎝, 경희대)였다. 김종규는 ‘가드풍년’으로 명명된 2013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39명의 대상자 중 전체 1순위로 창원 LG의 선택을 받았다. 김종규는 최대어 다운 여유와 젊은 패기를 담은 재치있는 멘트로 1순위 지명 소감을 남겼다. 9월 3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이번 드래프트에서 구슬추첨 방식으로 진행되는 순번추첨 때 1순위의 행운을 거머쥔 LG는 거침없이 김종규를 호명하며 배번 15번과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경희대는 이른바 ‘빅3’로 불린 김민구 두경민을 포함해 김영현까지 4명의 드래프트 참가자가 모두 1라운드에서 프로 유니폼을 입어 ‘경희대 돌풍’을 증명했다.
◇1순위 김종규 “오세근 뛰어 넘겠다”
김종규는 “원하는 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LG에 지명돼 기쁘다. 1순위에 뽑힐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고 (김)민구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드래프트는 포지션이 다르기 때문에 1순위의 의미는 크지 않은 것 같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신인 최대어 답게 정복해야 할 상대는 명확히 설정했다. 2011~2012시즌 안양 KGC인삼공사에 입단해 통합우승을 이끌며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오세근이 넘어야 할 상대다. 김종규는 “(오)세근이 형 역시 롤 모델이다. 플레이 스타일은 나와 다르지만, 형의 멘탈은 닮고 싶다. 평소에도 자주 연락해 조언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 가까이에서 보고 배워 넘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근이 신인시절 달성한 화려한 성적을 넘어서겠다는 뜻이다. 그는 “LG의 각 포지션별 멤버구성을 살펴보면 두말할 나위 없이 최고인 것 같다. (김)시래형이 패스능력도 좋고 좋은 리딩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대된다. 내가 팀에 어떻게 녹아드느냐가 가장 중요한만큼 남은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민구
[스포츠서울] 3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13-2014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가 열렸다.2순위로 전주KCC에 지명된 경희대 김민구가 허재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돌풍 이끈 경희대 프로서도 통했다
특급가드로 명성을 떨친 경희대 가드 김민구(22·190.4㎝)는 ‘농구대통령’ 허재 감독(전주 KCC)의 품에 안겼다. 김민구는 “제2의 허재가 아닌 제1의 김민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당찬 포부로 프로진출을 선언했다. 김민구는 “허 감독님을 뛰어 넘어야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 안에는 (김)종규나 (김)선형이 형(서울 SK) 등도 당연히 포함 돼 있다”고 자신했다.
‘빅3’ 중 살림꾼으로 불리며 공수에서 동기들을 든든히 받친 두경민(22·183.3㎝)은 이충희 감독이 이끄는 원주 동부의 유니폼을 입었다. 김주성 이승준 등 빠른 센터진을 보유한 동부는 수비가 좋고 외곽능력이 있는 두경민을 영입해 한층 안정된 전력을 과시하게 됐다. 두경민은 가슴이 벅찬듯 “처음 농구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 (김)종규 (김)민구만큼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가진 재능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 가드 김영현(22·185.5㎝)은 ‘만수’ 유재학 감독(울산 모비스·10순위)의 간택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SS포토] 프로농구 드래프트
[스포츠서울] 3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13-2014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가 열렸다. 1라인드에 지명된 선수들이 한선교 총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빅3’에 밀린 설움 “프로서는 다를 것”
지난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순위추첨에서 2그룹으로 분류된 서울 삼성은 1라운드 상위순번(4순위 이내)에 뽑힐 1.5%의 확률을 뚫고 4순위로 낙점돼 고려대 가드 박재현을 뽑았다. 고려대 3연패를 이끌며 ‘두목 호랑이’라고 불린 박재현은 빠른 스피드와 넓은 시야를 앞세운 정통 포인트가드로 주목받고 있다. 김승현 이정석은 물론 ‘컴퓨터 가드’ 출신인 이상민 코치의 지도 하에 어떤 선수로 거듭날지 관심이 모인다. 박재현은 “이제 고려대 선수가 아닌 삼성 선수로 윤활유 같은 선수가 돼 팀에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당초 1그룹으로 분류됐지만 삼성에 밀려 5순위로 지명한 부산 KT는 스피드와 수비가 돋보이는 한양대 가드 이재도(22·179.8㎝)를 낙점했다. 이재도는 “1순위 같은 5순위 선수가 되겠다”며 대학시절 빅3에 밀렸던 설움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KT와 모비스는 ‘유이하게’ 1군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드래프트에서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22명(56.4%)의 선수가 1군행의 영광을 누렸다.
잠실학생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