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장학영
성남FC 수비수 장학영이 순천 한 호텔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마친 뒤 파이팅 포즈를 하고 있다. 순천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순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십년지기 팬이 아내와 오히려 더 친해요.”

성남FC 동계전지훈련지인 전남 순천에서 만난 베테랑 수비수 장학영(35)이 덤덤한 표정을 짓다가 싱긋 웃었을 때가 있었다. 2004년 성남 일화(성남FC 전신)서부터 10년 넘게 자신을 응원해준 팬 얘기가 나왔을 때다. 지난 해 여름 5년 만에 ‘친정팀’ 성남으로 돌아온 그는 “다시 탄천종합운동장을 밟을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하다는 마음과 함께 십년지기 팬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프로 선수에게 팬들의 꾸준한 지지는 또 다른 존재 이유다.

성남 프랜차이즈 스타인 그는 2004년 연습생으로 프로에 입문, 키 170㎝ 단신에도 뛰어난 지구력과 안정적인 공수력을 자랑하며 2010년까지 붙박이 왼쪽 수비수로 활약했다. 리그 뿐 아니라 2010년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경험하는 등 성남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김학범 감독의 지도를 받아 국가대표에 발탁되기도 했다. 공익 근무 이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부산에서도 주전으로 뛴 그는 지난해 은퇴를 고려하다가 성남에 복귀한 김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돌아왔다. “일부 팬은 내가 이적했을 때도 부산까지 와서 응원해줬다. 성남에 왔을 때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솔직히 성남에서 잘하고 나갔는데, 괜히 돌아가서 ‘도움이 안되면 어쩌지’하고 고민했는데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노력하게 됐다.”

10년 전 작지만 곱상한 외모로 여성 팬의 마음을 훔친 장학영은 당시를 떠올리더니 “어떤 분이 제게 ‘탄천의 원조 아이돌’이라고 했다. 평균 15~20명은 숙소 건물 앞에서부터 밥 먹으러 가는 길까지 따라오기도 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때 여중생 팬 3~4명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나를 응원해주는 ‘의리파’다. 가끔 우리 집에 놀러 오는데 아내와 더 친해졌다. 맥주 한잔하고 잠도 자고, 다음 날 아침 해장까지 한다”고 털어놨다. 장학영은 지난 2007년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인 김지연씨와 결혼했다. 남편의 열렬한 팬을 직접 챙기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단다. 장학영은 “여자끼리 더 통하는 얘기가 있나 보다”며 “지금도 가끔 숙소 앞에서 내게 사인받는 팬을 후배들이 보면 ‘형 아직 안 죽었네’라고 한다”고 말했다.

K리그 통산 321경기 12골 17도움을 기록 중인 그는 지난해 상반기를 쉬었음에도 후반기 투입돼 17경기(1도움)를 뛰었다. “내가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프로에서 살아남은 건 남다른 체력이었는데, 한 번 경기를 뛰니 몸이 더 올라오더라. 특별히 힘들진 않았다.” 순천에서도 지옥훈련으로 유명한 김학범식 서킷 트레이닝을 무난히 소화하고 있다. 그는 “서킷 프로그램을 대부분 3세트 소화하는데, 솔직히 감독님이 내 나이를 고려해 2세트하는 걸로 배려해주셨다”고 했다. 김 감독은 장학영 얘기에 “작지만 근성이 정말 뛰어난 제자”라고 칭찬한다. 김두현까지 공수에서 ‘학범슨의 핵심 아이들’이 가세해 일궈낼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장학영은 “우리가 기업구단 시절보다 스타 플레이어는 적을지 몰라도, 오히려 단합하는 힘이 더 생긴 것 같다”며 “나나 두현이나, 선참들은 자기 몸에 대한 확신도 있어야 하고 팀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한때 은퇴까지 고려했던 나를 다시 찾아준 구단에 꼭 보답하는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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