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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기분좋은 시즌 첫승, 그것도 개막전 역전 우승이다.
‘골프천재’ 김효주(21·롯데)가 2016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지난해 부진을 털고 올시즌 맹활약을 예고했다. 김효주는 1일(한국시간) 바하마 파라다이스의 오션 클럽 골프코스(파73·6625야드)에서 열린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쓸어담는 맹타를 휘둘러 7타를 줄였다. 보기는 단 한개에 불과했다. 합계 18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김효주는 2위 그룹을 2타차로 밀어내고 우승 상금 21만 달러와 함께 LPGA 투어 통산 3승을 기록했다.
디펜딩 챔피언 김세영(23·미래에셋)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도 우승 경쟁에 뛰어 들었지만 김효주의 컴퓨터 샷에 더는 힘을 쓰지 못하고 2타 뒤진 공동 2위(16언더파 276타)에 머물렀다.
김효주는 2014년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 투어 정회원 자격을 얻어 지난해 미국 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슈퍼루키’로 주목을 받은 그는 지난해 3월 파운더스컵에서 정상에 올라 ‘골프 천재’라는 명성을 입증하는 듯 했지만 이후 더는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느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체력에 문제를 드러내더니 시즌 후반기에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시차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비몽사몽간에 대회에 출전하다가 기권도 감수했다. 결국 3승을 올린 김세영에게 밀려 신인왕을 내주는 아픔을 겪었다. 우승 1회를 포함해 톱10에 9차례 들었고 시즌 상금 13위(92만3221달러)에 오르는 준수한 성적이었지만 ‘골프천재’라는 명성에 비해 아쉬운 데뷔 시즌이었다.
시즌 후 김효주는 이를 악물었다. 체력저하에 따른 지난해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태국에 캠프를 차리고 혹독한 훈련을 했다. 오전, 오후 내내 골프 코스와 클럽 하우스에서 머물며 샷과 체력 훈련에 집중하며 몸을 만들었다. 열심히 땀 흘린 결과는 이번 개막전 우승으로 이어졌다.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김효주는 지난해 아픔을 안겨줬던 김세영과 한 조에서 맞대결을 펼쳐 완승을 거뒀다. 전반에만 4타를 줄였다. 3번홀까지 파로 막으며 샷을 조율한 후 4~6번홀부터 내리 3개홀 버디를 성공시키며 역전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후반 들어서도 불붙은 샷은 식지 않았다. 12~14번홀까지 다시 3연속 버디를 솎아내 우승을 예약했다. 12번홀(파3) 5m 거리의 버디 퍼트로 단독선두로 올라섰고, 13번홀(파4)에서는 4m짜리 버디 퍼트, 14번홀(파4)에서는 1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3타차 선두를 질주했다.
위기도 있었다. 이번 대회 코스 중 가장 어려운 16번홀(파4·397야드)에서 그린을 놓치고 2m 거리의 파 퍼트에 실패해 첫 보기를 적어내며 흔들렸다. 그 사이 루이스가 5타를 줄이며 추격, 1타 차로 따라붙으며 승부를 안갯속으로 몰고 갔다. 남은 홀은 2개. 그러나 김효주의 진가는 위기에서 빛났다.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2.5m에 떨어뜨려 천금같은 버디를 낚아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기세에 눌린 루이스는 더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우승 직후 김효주는 “톱10이 목표였는데 우승까지 하게 돼 매우 기쁘다. 2타차로 앞서 있었지만 18번홀에서는 다른 선수가 2온을 할 수 있는 홀이어서 긴장이 됐었다. 개막전 우승을 시즌을 잘 시작해 만족한다”는 소감과 함께 “올림픽 전에 시즌 2승을 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개막전 우승으로 목표를 재설정해 3승을 노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효주는 이번 우승으로 강자의 면모를 되찾았고 세계랭킹도 7위로 올라서 오는 8월 열리는 리우 올림픽 출전권 확보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한편 한국선수들은 이일희(28·볼빅) 공동 5위(15언더파 277타), 곽민서(25·JDX멀티스포츠) 공동 8위(14언더파 278타) 등 톱10에 4명이나 이름을 올리며 올시즌에도 거센 태극돌풍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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