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충격적인 패배였다.


이세돌 9단이 9일 오후 1시부터 펼쳐진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첫 대국에서 186수 만에 불계패했다. 이세돌 9단 본인도 예상치 못한 패배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 이 9단은 알파고와 대결에서 압승할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세돌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스코어로 보여주겠다"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하지만 알파고와 대국날짜가 다가올 수록 이세돌은 당초 보여줬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서 한 발 물러나 신중한 모습으로 태도를 바꿨다. 이세돌은 대국을 하루 앞둔 8일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기계가 항상 유용한 도구로 발전하지만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현실이 되니 두렵기는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세돌은 "누가 이길 것 같나"라는 질문에 "글쎄요"라고 웃으며 "많은 인터뷰에서 내가 5대0으로 이기겠다고 얘기했지만 구글 측 역시 승리에 자신감을 보인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내가 확실히 이긴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BBC는 이세돌에 대해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했지만, 인터뷰 내내 손가락을 떨 정도로 긴장상태였다"며 세계 최강 바둑 고수의 긴장감을 전했다.


결국 대국 직전 이세돌이 보인 일말의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알파고는 모든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고 특히 알파고가 우변 흑집을 파고들며 던진 백 102수의 승부수에 당황해 이 9단이 장고를 거듭했으나 끝내 이를 뒤집지 못한채 돌을 던졌다.


이날 대국을 함께 한 유창혁 9단은 복기하는 내내 "이세돌이 이 악수를 왜 뒀는지 모르겠다", "이세돌이 정상 컨디션이었는지 의문이다"라며 이세돌이 대국 과정에서 많이 긴장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알파고의 실력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판후이와 대결때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업그레이드된 실력으로 1번기를 가져갔다.


이날 대국이 끝난 뒤 바둑계는 물론, 중계를 지켜본 일반인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인공지능이 이렇게 빨리, 최고의 마인드스포츠 바둑을 따라잡은데 대한 충격이다.


그렇다면 남은 대국은 어떻게 될까? 바둑 관계자들은 첫 판을 내준 뒤 오히려 이세돌이 홀가분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1국에서 이세돌이 긴장과 방심, 즉 심리적인 요인으로 알파고에 패한 측면이 크므로 이를 극복한다면 남은 4국에서 패배를 만회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이세돌이 가장 주의해야할 것은 실체가 없는 알파고와의 심리전이다.


뉴미디어팀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사진=구글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