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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기 인생의 돌파구,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배우 주상욱(35)이 지독한 복수극으로 스크린 나들이를 한다.
인기리에 종영한 KBS2 월화극 ‘굿닥터’에서 불의를 못참는 성격때문에 ‘욱상욱’으로 불렸던 그는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응징자(신동엽 감독)’에서는 처절하리 만치 끈질긴 복수를 감행하는 준석으로 등장한다. 피로 얼룩진 얼굴로 차가운 미소를 짓는 촬영스틸에서 액션 스릴러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남자 영화다.
생애 첫 영화 주연작의 개봉을 앞둔 그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주상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악마를 보았다’보다 훨씬 현실적인 복수극
영화 ‘응징자’는 끔찍한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20년 뒤 우연히 재회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멍멍이’라 불리던 준석(주상욱)은 창식(양동근)에게 혹독한 폭력을 당한 뒤 학교를 자퇴, 여전히 사회의 변두리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의 앞에 너무나 번듯한 모습으로 등장한 가해자 창식에게 준석이 그만의 방식으로 응징을 결심하면서 상상하기 힘든 기괴한 복수극이 이뤄진다.
주상욱은 “개인적으로 우리 영화의 최대 장점이 바로 이 복수의 형태 같다. 대단히 현실적인 복수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수현(이병헌)은 연쇄살인마 경철(최민식)을 가장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 극한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내가 연기한 준석은 20년 뒤에도 여전히 돈도, 백도 없는 사람이다. 학창시절처럼 여전히 잘 살고 있는 창식을 상대하는게 쉽지 않다. 그래서 훨씬 치졸하고 치밀한 복수를 한다”고 말했다.
준석은 과거의 기억을 잊고 살던 창식을 끝없이 자극하고 복수극에 끌어들인다는 점에서는 악역이지만, 개인사를 놓고 보면 끝까지 피해자다. 그는 “준석이가 복수를 하지만, 단순히 악역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 부분이 굉장히 좋았다. 멋있지도 않고, 어떤 면에서는 찌질하기까지 한 모습이 지금까지 맡은 배역과는 전혀 달랐다”면서 “사실 내 연기 인생에 돌파구가 필요했다. ‘실장님’ 캐릭터를 보는 분들도 질렸겠지만, 하는 나도 많이 질렸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촬영 내내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고 만족해했다.
이번 작품은 상대역인 양동근과 신동엽 감독이 모두 또래라 현장에서 호흡이 유독 좋았다고 했다. 신 감독이 주상욱 보다 한살 위, 양동근은 한 살 아래다. 그는 “촬영 중에는 많이 못 만났지만, 영화 끝나고 더 친해졌다. 또래들이라 셋이 술먹고 밥먹고 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동근이야 워낙 연기를 잘해서 촬영 내내 참 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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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닥터’ 동생들 채원 주원, “술 좀 배워볼래?”
올해 주상욱의 활약을 이야기할 때 ‘힐링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았던 ‘굿닥터’를 빼놓을 수 없다. ‘굿닥터’에서 그는 강한 겉모습 속에 따뜻하고 인간적인 심성을 가진 김도한으로 매력을 발산했다. 기민수 PD와는 KBS2 ‘그저 바라보다가(2009년)’ 이후 두번째 작품이었다.
“기 PD님이 악역 한 명 안 나오는 착한 드라마를 좋아하신다. 솔직히 ‘굿닥터’가 이렇게 잘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만약 운이 좋아서 초대박이 나면 시청률이 20% 정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
굳이 꼽자면 ‘굿닥터’의 악역을 맡을 것 같았던 김도한은 극이 진행될수록 깊은 속마음을 한겹씩 드러내며 안방극장을 훈훈하게 했다. 그는 “박재범 작가님이 나처럼 말 많고 착한 타입이다. 하하. 촬영하면서 통화를 많이 했는데, 끝까지 드라마의 방향에 대해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드라마가 후반이 되면 멜로가 축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면에서 참 전형적이지 않은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이제야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굿닥터’ 촬영 초반만 해도 극도의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에 걸리기도 했다. ‘이제 다 나았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상태가 비슷하다. 아직도 뚫려(?)있다. 탈모 부위에다 주사를 맞고 있는데 아직도 치료과정이다. 쉽게 낫지 않는 거였나 보다”고 답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참 좋은 동생 둘이 생겼다. 든든한 후배 차윤서, 골칫덩어리 후배 박시은으로 출연한 문채원과 주원이다. 그는 “주원이는 굉장히 순수한 친구고, 채원이는 털털하고 성격이 너무 좋다. 아쉬움이 있다면 둘다 술을 안 먹는다는 건데, 사실 술을 마셔야 금방 친해진다. 내 친구 중에도 주량이 소주 반잔인 친구가 있었는데, 자꾸 먹다보니 두주불사가 됐다. 마음같아선 주원이를 작정하고 치료해볼까 싶기도 하다. 채원이랑 셋이 합숙이라도 해야하나”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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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주상욱 토크쇼를 한다면 김남길, 인교진 패널 찜!
주상욱은 직업이 배우인 동네 형같은 면이 있다.
최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 속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에게나 격없이 다가서고, 멋있는 척 하는 걸 쑥쓰러워 한다. 사람 좋아하고 말하는 걸 좋아해서 10분만 이야기를 나누면 주상욱표 ‘아줌마 수다’에 푹 빠지게 된다. 예능 DNA가 많지만, 의외로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성격은 아니다.
그는 “직접 출연도 했지만, 예능 프로그램을 꼭 챙겨보는 타입은 아니다. 쉴 때 주로 보는 건 스포츠채널이다. 골프, 야구, 축구 등 스포츠는 뭐든 좋아한다. 예능은 살짝 욕심도 있고 열심히 잘 할 자신은 있는데, 보는 건 또 다른 것같다”고 했다.
‘만약 토크쇼 MC 제의가 오면 어떻겠냐’는 말에 “재밌을 것 같다”며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사람들과 말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고 즐기는 타입이다. 소문에 ‘저 선배 무섭다’거나 ‘말없다’는 사람들과도 다 잘 지내는 편이다. 토크쇼도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면서 “패널을 구성한다면 절친인 김남길, 인교진이 좋겠다. MBC ‘선덕여왕(2009년)’때 처음 만나 지금까지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우리 셋이 만나면 서로 말을 못하게 할 정도로 다 말이 많다. 물론 내가 제일 많지만”이라며 미소지었다.
결혼 적령기지만 아직은 결혼보다 꿈꾸던 목표에 매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데뷔 이후 쉼없이 작품을 해왔다. 활동하면서 생각했던 목표는 늘 하나다. 주상욱 하면 모든 분들이 외모도 멋지고, 연기도 잘 하는 배우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