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청용의 한 국내팬이 크리스탈 팰리스 훈련장으로 보내온 앨범과 편지. 앨범 내의 사진들이 모두 직접 찍은 사진이다. 앨범의 마지막에는 '부상없이 좋은 경기 보여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1, 2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7. 영국생활 7년을 돌아보면서
이성모 : 이제 볼튼, 크리스탈 팰리스 거치면서 벌써 영국에 온지 7년째인데, 그 시간을 돌아보면 어때요?
이청용 :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경험들도 많이 했고. 축구 선수로서는 더할나위없이 행복한 시간들을 보낸 것 같습니다. 제가 봤을 땐 영국만큼 축구하기 좋은 나라도 없는 것 같아요. 선수입장에서는요.
이성모 : ‘선수입장’에서는 그렇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이에요?
이청용 : 프리미어리그는 대부분의 모든 축구선수들이 오고 싶어하는 무대인만큼 수준높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뛰는 리그입니다. 그런 수준높은 선수들과 같이 경기를 하다보면 배우는 점이 참 많습니다. 매경기 팬들로 가득찬 경기장에서 뛸수있는것만으로도 선수로서 행복한 일이구요.
이성모 : 그렇군요.
이청용 : 또 그 외에도 시설적인 면도 그렇고 팬들이 선수를 대하는 그런 태도랄까 그런 것도 그렇고 또 구단이 팀을 운영하는 방식도 그렇구요. 선수들 입장에서는 좋은 훈련장, 좋은 경기장에서 축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한 거거든요. 선수들 입장에서는. A매치 한번 하고 돌아오면 아 제가 정말 좋은 환경에서 뛰고 있구나 하고 감사하게 생각하죠. 얼마 전에는 아스널 경기장 가서 몸만 풀었는데도 와 정말 뛰고 싶더라구요.
이성모 : 이제 인터뷰를 슬슬 정리할 겸, 좀 뻔한 질문이지만 7년 동안 제일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이청용 : 볼튼 시절이 전체적으로 다 즐거웠던 것 같아요. 딱히 어떤 한 순간이 있다기 보다는요.절 데려와준 게리 맥슨 감독, 오웬 코일 감독, 그리고 절 정말 아껴줬던 닐 레논 감독 등등. 볼튼에서의 기억이 정말 좋아요. 팬들과의 관계, 직원들과의 관계들도 모두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래서 팀을 떠날 때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어요. 또 나중에 볼튼이 한국 선수를 영입할 수도 있으니까 ‘아 내가 이 팀에 좋은 인상을 남겨주고 나가야겠다’ 그런 생각도 했구요.
이성모 : 딱 한 순간이 있는 건 아니고 볼튼 시절 전체가 그랬다는 거군요?
이청용 : 네 맞아요. 개인적으로 볼튼을 떠나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팀을 떠나면서 가능하다면 좀 많은 이적료를 남겨주고 가고 싶었어요. 절 많이 도와준 클럽이니까. 그러지 못했던 점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 제가 팀을 떠날 때 팬들이나 구단관계자들도 다들 제 이적을 이해해줘서 고맙구요.
이성모 : 반대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
이청용 : 이번 시즌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한 시즌을 통째로 버린기분입니다.
그래도 그런 시즌을 더할나위없이 행복하게 보낸건 아무래도 제 곁에있는 가족 덕분인것 같습니다. 지금은 런던에 가족이 있고 또 얼마 전에 딸도 태어났고요(웃음).
이성모 : 딸 예쁘죠?(웃음)
이청용 : 아우 그럼요. 저 요즘에 성용이하고 연락하면 서로 축구 이야기는 안 하고 딸 이야기만 합니다.(웃음)
이성모 : 그거 기사로 써도 되는 말인가요?(웃음)
이청용 : 아, 좀 그런가요?(웃음)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소녀슛'
이청용과 오래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의 옆에는 앨범이 하나 있었다. 한국에서 한 팬이 그를 위해 보내온 예쁜 앨범.
이성모 : 청용 선수, 아까부터 갖고 있던데 그건 뭐에요? 앨범?
이청용 : 아, 네 사실 제가 오늘 거의 1년 만에 훈련장에서 선물을 받았거든요. 한국에서 팬분께서 보내주셨더라구요.
이성모 : 1년? 너무 오랜만 아니에요? 그 앨범 혹시 제가 좀 봐도 돼요?
이청용 : 네 그럼요.
이성모 : 이야. 이거 사진이 어디서 캡쳐한 사진이 아니고 다 팬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군요. 손으로 쓴 편지도 있고.
이청용 : 네. 정말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선물입니다.
이성모 : 이청용 선수 보면 항상 팬을 잘 챙기기도 하고, 또 그만큼 팬들도 아주 좋아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본인 응원하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한 마디 들려주세요.
이청용 : 네. 항상 드리고 싶은 말이지만 저를 믿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 전부입니다. 저도 아직 많이 뛰어야 할 나이고 또 배워야 할 나이기 때문에 빨리 경기장에 나가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얼른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이제 서른이 다 되가니까요.
이성모 : 이제 애기 아빠기도 하구요.
이청용 : 네. 저도 이제 축구할 날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까요.
어느새 제법 시간이 흘러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됐다. 준비했던 노트를 꺼내서 혹시 누락된 질문은 없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니, 딱 한 단어에 대한 질문을 못했다. ‘소녀슛’.
이성모 : 아, 청용 선수. 오늘 마지막으로. 그 왜 팬들께서 청용 선수 슛하는 거 보고 ‘소녀슛’이라고 부르잖아요. 그거 본인은 들으면 어때요?
이청용 : 네 사실 많이 들어서 이젠 무덤덤해요. 뭐 그만큼 제가 경기 중에 슛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서 그런가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솔직히 저는 제 슛이 소녀슛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웃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축구선수인데 (약간버럭) 소녀슛이라는 게 말이 안 되잖…. ㅎㅎㅎ
이성모 : ㅎㅎㅎ
이청용 : ㅎㅎㅎ 그냥 팬들께서 재밌게 해주시는 말씀인 것 같아요. 근데 참 저번에 스토크전에서 중거리골 넣으니까 소녀슛에서 청년슛? 좀 업그레이드 됐더라구요?
이성모 : 오, 팬들 반응 다 보고 있군요?
이청용 : 그럼요. 재밌잖아요.(웃음)
이성모 : 이청용 선수, 오늘 긴 시간 인터뷰, 아니 많은 이야기 솔직하게 들려줘서 고맙습니다. 이번 시즌 잘 마무리하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다음 시즌 맞이하길 바랄게요.
이청용 : 네 저도 감사합니다.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2015@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