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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 제공 | 필굿뮤직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최근 솔로곡 ‘검은머리 파뿌리(Feat. 범주)’를 발표하고 활발히 활동 중인 비지는 솔로 래퍼로 보다는 그룹 MFBTY(타이거JK, 윤미래, 비지)의 멤버로 팬들에게 익숙하다.

데뷔 15년차의 베테랑 래퍼이고, 여러 뮤지션과의 협업으로 실력도 인정 받고 있지만 함께 활동하는 타이거JK-윤미래 부부의 강한 ‘아우라’ 탓에 함께 활동하다 보면 ‘백업 래퍼’로 오해를 살 우려도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비지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그는 “타이거JK와 함께 활동하는 건 누군가에게는 평생 꿈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활동을 쭉 이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보였다. 물론 MFBTY 활동 외에 솔로로도 두각을 나타내고 싶다는 의욕을 그는 숨기지 않았다.

-첫 솔로 EP ‘비저너리’(2008년 6월) 이후 8년만에 솔로 앨범이고, 필굿뮤직으로 소속사를 옮긴 뒤 첫 솔로다. 너무 뜸한 게 아닌가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딨겠나. 전 소속사와의 갈등, 소통의 어려움 등을 겪으며 음악을 포함해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길게 보냈다. 음악이 싫어지고, 미워지는 시기도 있었는데, 결국 내가 음악으로 치유받게 되더라. 한창 힘들 때 드렁큰타이거의 ‘살자’ 앨범(2013년 9월)을 만들며 용기를 얻었다.

윤미래 형수의 ‘엔젤’이란 곡에 내가 참여한 랩 가사 중 ‘윤달에 생일은 여덟 번/ 내 생에 위기는 여러 번’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내가 윤달(1980년 2월 29일생)에 태어나 실제로 생일이 4년에 한번 돌아오는데, 그게 앨범 발매 시기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다. 2008년 올림픽이 열린 해에 첫 솔로 앨범이 나왔는데 올해 8년만에 싱글을 내니 하필 올림픽이 열리는 해더라.(웃음)

[SS포토]서가대 무대를 흥겨운 힙합 속으로, MFBTY!
MFBTY가 지난 1월 ‘제25회 하이원서울가요대상’에서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타이거 JK, 윤미래 부부와 MFBTY로 활동 중이다. 타이거 JK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원래 뉴질랜드에 살았는데 90년대 중반 현지 마오리족 DJ 친구로부터 “한국 래퍼라는데 혹시 이 노래 아냐”는 추천을 받고 타이거JK의 ‘콜 미 타이거’라는 곡을 접했다. 정말 좋았다. 그때부터 자니윤쇼에 나온 드렁큰 타이거를 찾아보는 등 여러 정보를 찾아보며 “한국에서 음악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센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2001년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하며 양동근과 절친한 친구이자 음악적 동료가 됐는데 동근이를 통해 형을 소개 받았다. JK 형을 처음 만났을 때 하늘처럼 우러러 보던 분이라 꿈만 같았다. JK형도 내게 잘해줬지만, 내가 다른 형들보다 JK형에게만 잘하려 노력하게 되더라. 그만큼 좋아했던 것이다.

-타이거 JK, 윤미래 부부가 이번 솔로 싱글에 어떤 도움을 줬나

‘검은머리 파뿌리’를 발표할 때 성적을 너무 기대하지 말자고 생각은 했는데 JK형이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음원차트 순위를 신경써줬다. 음악 발표 직후 실시간 음원 차트 순위를 체크하는데 90위권에 머물다가 곧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JK형과 “90위 안쪽으로 순위를 어떻게 올리지?”고민하는데 갑자기 작업실 불이 꺼지더라. (윤)미래 형수가 케이크에 불을 붙여서 가지고 들어오는 거였다. “어제 실시간 급상승어 1위에 이름이 올랐더라. 축하해. 이제 1위 가수야”하는데 정신이 들었다.

나는 형수가 지난해 말 ‘사랑이 맞을 거야’등으로 실시간 차트 1위를 할 때 그런 이벤트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내가 좋은 사람들 곁에서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멀리서 행복을 찾으려 한 게 아닌가, 내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는 이들이 주위에 있는데 그런 고마움에 익숙해져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타이거JK 형은 자신의 음악처럼 이번 내 솔로곡을 신경써줬고, 형수도 바쁜데 다른 스케쥴을 미루고, 내 음악 코러스를 끊임없이 고치며 노래를 불러줬다.

십여년간 함께 음악을 하는데 언제나 내 일을 자기들 일처럼 생각해준다. 앞으로 투정 덜 부리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 뭔가를 처음 접할 때 무뎌진 감각이 다시 꿈틀대는 기분을 요즘 느낀다. 오랜 부상 끝에 다시 링 위에 오르는 복서의 마음이다.

-MFBTY 멤버로 활동 중이지만 타이거JK-윤미래 부부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일반인에겐 자칫 ‘백업래퍼’ 쯤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스스로 그런 생각이 약간 들 무렵 이번 솔로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타이거JK, 윤미래에 대한 고마음을 새삼 느끼는 계기도 됐다. 그들은 내게 무더운 여름날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시원한 그늘같은 존재다. 타이거JK와 함께 한다는 건 누군가에겐 평생의 꿈일 수 있는데 나는 거의 십여 년 동안 그걸 하고 있다. 드렁큰 타이거의 ‘난 널 원해’를 노래방에서 만번 쯤 불러본 내겐 환상적인 경험들이다. 솔로 활동을 하니 MFBTY 활동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물론 솔로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내가 소통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이 찾아갈 기회를 만들 예정이다. 솔직하고, 음악적으로는 진지하며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래퍼로서 인정받고 싶다. 자기 음악에 대해서는 책임감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monami153@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