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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여고 최철권 감독과 박지현.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숭의여고 1학년 박지현(16)은 탄탄한 기본기에 타고난 하드웨어를 갖춘 여자농구 미래의 에이스다. 중등부 시절 랭킹 1위를 달리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신장이 좋고 팔이 길다는 장점에 안정된 드리블, 그리고 넓은 시야와 빠른 경기운영 능력을 지녔다. 여기에 성장 속도까지 빨라 향후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할 가드로 주목받고 있다. 박지현의 경기 모습을 지켜본 농구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농구 센스가 있다. 이대로만 성장하면 대성할 선수”라고 평가했다.

◇오빠에 이어 농구에 빠지다

박지현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농구클럽에서 처음 농구공을 잡았다.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잘 했다. 박지현은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고 이내 농구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오빠가 먼저 걸어간 길이다. 박지현의 오빠는 홍대부고 장신 가드 박지원이다. 박지현은 오빠가 농구하는 모습을 보고 흥미를 갖게 됐고 이제는 한국여자 농구의 차세대 유망주로 급성장했다. 먼저 농구공을 잡은 오빠는 때때로 함께 훈련하는 파트너가 된다. 집에서 홍대부고가 가까워 함께 코트를 달리며 개인훈련을 한다. 박지현은 “어릴 때는 오빠가 별 말이 없었는데, 지금은 내가 농구에 대해 물어보면 이것저것 잘 얘기해 준다”라고 방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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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이하 대표팀에서 일본팀을 상대로 골밑슛을 시도하는 박지현. 

◇‘No 1’, 적수가 없다

숭의여고 최철권 감독은 박지현에 대해 “이곳에서 11년간 지도한 선수 중에 최고”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박지현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은 좋았다. 솔직히 내가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주변에서 다들 잘 한다고 하니까 그렇구나 라고 느낀 적은 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나 박지현은 타고난 선수가 분명하다. 그리고 노력하는 선수다. 박지현은 “잘 한다고 해서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는 없을거 같다. 나보다 잘 하는 선수를 만날까봐 더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한 승부욕을 내비쳤다. 최 감독은 박지현의 라이벌이 없는 점을 한탄했다. 경쟁상대가 있어야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현은 “잘하는 선수는 많은데 플레이 할 때 나와 키가 맞지 않는다”라고 했다. 계속 자라고 있는 박지현의 현재 키는 180㎝다.

◇가드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박지현은 중학 시절까지 가드로만 뛰었다. 숭의여고로 진학한 뒤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변신했다. 박지현은 “고등학교에 오니 감독님이 외곽뿐만 아니라 안에서 하는 플레이를 주문하셨다. 솔직히 처음엔 잘 안돼 혼도 많이 났다. 하지만 이제는 골밑 공격과 몸싸움에 많이 적응했다”라고 했다. 숭의여고 농구부는 수비를 중시하는 팀이다. 박지현은 이곳에서 기본기 훈련에 더욱 매진하며 수비 약점까지 지우고 있다. 박지현은 “중학교때는 공격을 많이 했는데 여기 와서 수비 연습을 많이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숭의여고는 팀구성이 갖춰지는 내년부터 대회 출전을 고려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박지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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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한국여자 농구의 기대주이며 동시에 꿈 많은 16세 소녀 박지현.

◇롤 모델은 올라운드 플레이어 캔디스 파커

박지현은 주목 받는 기대주답게 WKBL에서 실시하고 있는 유망주 육성 캠프를 통해 미국 농구를 수차례 경험했다. 중학 시절부터 매년 미국에서 2주간 캠프를 소화했다. 그는 그 캠프를 통해 LA 스팍스의 포워드 캔디스 파커(30)를 롤모델로 삼게 됐다. 박지현은 “미국에서는 드리블 스킬을 많이 배웠다. 동영상으로 다 찍어 한국에서도 보고 연습했다. 캔디스 파커는 미국에서 알게 됐는데, 동영상을 보고 좋아하게 됐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키가 크다. 나와 비슷한 거 같아 더 닮고 싶은 선수”라고 했다. 파커는 2008년 데뷔해 그해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석권했다. 출산후 복귀해 2013년 다시 MVP를 차지하며 여전히 정상급 선수로 활약 중이다. 미국대표팀이 2008년과 2012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꿈, 국가대표와 WNBA

박지현의 꿈은 국가대표 선수다. 중학시절 태극마크를 달며 성인 국가대표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이제 주변에서는 박지현을 향해 “미국에도 갈 수 있겠다”라고 말한다. 박지현은 “그런 말을 들으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경험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잘 해야 한다”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꿈의 크기는 크면 클수록 좋다. 설령 도달하지 못해도 과정자체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꿈의 실현에 앞서 박지현은 무엇보다 농구가 즐겁다고 했다. 16살 꿈 많은 소녀는 “농구 할 때는 힘들기도 한데 휴가를 가거나 다쳐서 쉴 때면 계속 농구 생각만 난다”고 했다. 박지현은 “사람들에게 칭찬받으면 행복하고 체력훈련 할 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아직은 순수한 고교 1학년이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