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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정작 그 청춘의 터널안에 있을 때 우리는 불안과 방황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만다. 청춘의 아이러니다. 여기 “청춘들이여, 세상의 옷을 벗어던지고 마음껏 춤추며 인생을 즐기라”고 속삭이는 사진이 있다.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 라이언 맥긴리(36)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7일 개막한 ‘청춘, 그 찬란한 기록’전이다. 고정관념의 틀을 깬 자유분방한 사진으로 전세계는 물론 국내에도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맥긴리가 한국전 오픈을 위해 내한했다.
◇청춘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사진가
오프닝을 하루 앞둔 6일 전시장에서 만난 라이언 맥긴리는 청춘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포착해온 사진가답게 징이 박힌 가죽재킷에 호피무늬 벨트, 선글래스를 착용해 마치 록스타같이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아버지가 6.25 참전용사라고 밝힌 맥긴리는 “아버지에게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 오자마자 전쟁기념관을 가장 먼저 찾아갔다”고 말했다.
맥긴리는 24세에 최연소로 미국 휘트니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스타덤에 오른 사진가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10대의 불안과 방황, 일탈, 자유, 열정을 포착한 초기 다큐멘터리적 사진들을 비롯해 미국을 횡단하며 풍경을 담아낸 ‘로드 트립’ 시리즈,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다룬 ‘애니멀’ 시리즈,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흑백 초상화 시리즈 등이 다채롭게 소개됐다. 직접 기획한 뮤직비디오 영상도 한 편 소개됐다. 노란 가발을 쓴 여성이 뉴욕 시내를 뛰어다니는 영상으로 아이슬랜드 록밴드 시규어 로스의 뮤직비디오다.
맥긴리의 사진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옷을 벗고 있다. 벌거벗고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소년들, 옷을 벗은 채 폭죽을 터트리며 즐거워하는 소녀, 나체로 허공에서 뛰어내리는 사람 등은 모두 나체지만 자신이 옷을 벗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듯 자연스러운 표정들이다. 나체를 주로 촬영하는 이유에 대해 맥긴리는 “내 사진은 초현실적인 사진이 많다. 스스로 매지컬리얼리즘이라고 부른다.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은 일상과 분리되는 일이다. 트램펄린 위에서 뛰거나 폭죽을 터트리거나 해서 우주에 떠있는 느낌을 만들어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사실 사람들이 옷을 벗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초현실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청춘은 물리적 나이가 아니라 정신 상태다
지금은 전세계에 팬들을 거느린 스타작가지만 자신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고 밝힌 맥긴리는 “신인일 때는 배고프니까 사진작가 어시스트도 하고 바에서 유리잔을 닦는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그렇지만 좋은 직장을 잡고 보험에 가입하는 안정된 삶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가난했지만 먹는데 드는 돈을 빼고는 모두 카메라에 투자하면서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아프니까 청춘 세대’인 한국의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길을 걸으라는 것이다. 맥긴리는 “어느 시대나 청춘이 가장 힘들다. 내가 뭘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고 기성세대인 부모와는 충돌한다. 그러나 하고싶은 일이 있으면 그것을 �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부모에 순응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하라. 나처럼”이라고 강조했다.
10~20대에는 친하게 지내는 뮤지션, 화가, 영화감독 등 친구들을 피사체로 다뤘던 맥긴리는 30대가 넘어서면서 작업의 지평을 한층 더 확장하고 있다. 여러명의 어시스턴트들과 함께 더욱 더 창조적인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고 밝힌 그는 “어떤 작업을 하든 5년 안에 독립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 스토리라인은 기본적으로 있지만 시적 영상미가 돋보이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청춘을 피사체로 다루는 만큼 나이 들어간다는데 대한 불안은 없을까? 맥긴리는 명쾌하게 응답했다.
“청춘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나이가 아니라 정신 상태를 의미한다. 관심, 호기심, 실험정신, 오픈마인드, 질문, 저항이 청춘이다. 나는 길을 정해놓고 안주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항상 오픈마인드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는다.”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02)720-0067.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