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삼성의 ‘국민타자’ 이승엽(40)이 불혹의 나이에도 아이돌 스타 못지 않은 뜨거운 인기를 과시했다.
프로야구 최고 스타들의 무대였던 2016 타이어뱅크 KBO 올스타전에서도 이승엽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올스타전 최고의 영광인 MVP는 두산 민병헌이 가져갔지만 이날 가장 돋보였던 주인공은 단연 이승엽이었다. “이번 올스타전은 이승엽을 위한 이벤트”라는 농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이승엽은 지난 해 역대 올스타 팬투표 사상 최다득표를 받으며 드림올스타 지명타자로 선정된데 이어 이번에도 당당히 지명타자로 베스트12에 이름을 올렸다. 꼬박 10번째 올스타전 출전이었다. 이번 올스타들 가운데 최다 출장 기록에서는 한화 조인성(11번째)에게 밀렸지만 일본에서 8시즌을 뛰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스타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경력이다.
그러나 그저 옛 명성 만으로 그가 올스타에 오른 것은 아니다. 이승엽은 지난 시즌 타율 0.332에 26홈런 90타점을 쓸어담으며 상하위 타순의 연결고리 구실을 톡톡히 했고 올 시즌에는 클린업트리오에 가세해 타율 0.290에 15홈런 67타점으로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전국구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스타전을 앞두고 진행된 팬사인회에서는 이승엽의 사인을 받기 위한 팬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워낙 많은 팬들이 이승엽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다보니 옆 자리에 자리잡은 선수들은 한산한 테이블을 바라보며 멋쩍은 웃음을 날리기 일쑤였다. 타 구단 관계자들은 “우리라도 줄을 서있어야지 선수들이 조금 덜 민망하지 않겠나”라고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기 뿐만 아니라 퍼포먼스에서도 이승엽은 눈부시게 빛났다. 이승엽은 이날 홈런보다 보기 드문 번트에 성공했다. 이승엽이 번트를 댄다는 것은 실전에서는 사실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다. 이승엽은 국내에서 14시즌을 치르는 동안 딱 7차례 희생번트에 성공했지만 국내 무대 복귀 시즌인 2012년 이후로는 희생번트조차 대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난 16일 벌어진 올스타전에서는 2-3으로 뒤지던 4회말 1사 3루서 대놓고 스퀴즈번트를 시도했다. 나눔 올스타의 3루수 박석민이 좌타자인 이승엽의 타구에 대비해 거의 유격수 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유격수 김하성도 거의 2루에 붙어서는 시프트를 구사하자 3루 쪽으로 살짝 번트를 대 수비 허점을 파고 들겠다는 노림수였다.
첫 번째 시도는 파울로 끝났지만 그 때까지도 설마하고 있던 나눔 올스타 내야진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이승엽은 4구째에 ‘진짜로’ 번트를 댔다. 3루쪽으로 또르르 구른 타구를 달려온 투수 송창식이 낚아채 황급히 귀루하는 3루 주자 민병헌을 잡으려 했지만 박석민 역시 3루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 송창식은 몸을 돌려 1루로 볼을 뿌렸지만 이승엽을 잡기에도 이미 타이밍이 늦었다. 공식기록으로는 안타가 아닌 투수 야수선택. 이 장면 이후 양의지의 동점 희생플라이와 5회 박경수의 역전타, 7회 3연속타자 홈런 등이 봇물처럼 터졌고 드림 올스타는 8-4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드림 올스타를 대표해 승리팀에 주어지는 상금을 받은 주인공도 이승엽이었다.
은사를 향한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이날 시구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유일한 4할타자인 백인천 전 감독이 맡았는데 이승엽이 시포를 자청했다. 이승엽이 입단했던 1995년 삼성의 사령탑을 맡고 있던 백 전 감독은 투수 이승엽을 타자로 전향시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키워낸 인물이다. 경기를 앞두고는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홍성욱(9) 어린이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선뜻 홍군을 라커룸으로 초대해 구경을 시켜주고 선물을 안겨준 뒤 함께 캐치볼을 하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줬다.
올스타 무대에서 왜 자신이 ‘국민타자’로 불리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준 이승엽이 이제는 삼성의 후반기 대반전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jin@sportsseoul.com


![[SS포토]번트 시도하는 이승엽](https://file.sportsseoul.com/news/legacy/2016/07/17/news/201607170100074470005227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