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end of time_앨범커버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2016년 6월 1일 수요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선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이해 한국을 위해 젊은 나이에 목숨을 바친 프랑스 신부님들을 추모하는 공연이 열렸고 이날 공연 실황을 담은 앨범 [시간의 종말]이 8월 19일 발매된다.

이날 명동성당엔 파리음악원 출신의 한·불 연주자로 구성된 트리오 오원(피아니스트 엠마뉘엘 슈트로세,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리에, 첼리스트 양성원)과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메시앙), 소프라노 정승원과 가톨릭합창단의 ‘무궁무진세에’, ‘선교사를 위한 찬가’가 울려 퍼졌다.

잔향과 울림이 아름다운 명동성당에서 실황으로 녹음된 이번 앨범에는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가 수록됐다.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은 두 차례 세계 대전을 치르는 동안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혀 수용소 생활을 했다. 수용소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성경을 묵상하던 중 요한계시록에서 영감을 받아 8개 작품을 작곡했고 이것이 바로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다.

1941년 1월 추운 겨울, 수용소에 있던 메시앙과 그의 동료들은 극심한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를 안고 침묵 속에서 이 작품을 연주했다. 메시앙의 작품세계에 있어서도 획을 긋는 중요한 성과가 있는 곡이지만,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되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깊은 묵상이 담긴 곡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곡은 절망과 두려움에 잠식당한 이들의 패배감을 노래한 것이 아니다. 더 이상 내몰릴 곳 없는 절망의 끝자락에서, 놀랍게도 ‘절망의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희망을 노래한 것이다.

19세기 프랑스 낭만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구노(Ch.Fr.Gounod)는 자신의 신학교 친구였던 다블뤼 주교를 포함해 우리나라 초대 교회를 이끌었던 앵베르, 모방, 샤스당 등 많은 선교사들이 조선에서 순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궁무진세에’라는 곡을 만들게 된다. 이번 앨범의 또 다른 수록곡인 ‘선교사를 위한 찬가’ (Chant pour le de?part des missionnaires)는 구노가 한창 신앙의 열정에 사로잡혀있던 1843년경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동양을 향해 선교를 떠나는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에게 바친 작곡가의 충정 어린 격려가 담겨있다.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구노의 ‘무궁무진세에’ 등은 현재의 우리와 동떨어진 음악이 아니다. 절망에 굴복 당하지 않기를, 죽기까지 희망을 믿고 그것을 위해 하루를 살아내자는 의지의 노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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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유니버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