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구2
배우 엄태구. 사진 | 프레인TPC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영화계에 또 한명의 늦깎이 스타가 탄생했다.

700만 고지를 눈 앞에 둔 영화 ‘밀정’의 엄태구(33)가 그 주인공이다.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이 배우는 지난 10년 간 착실하게 필모그라피를 쌓아왔다.

송강호, 이병헌 등 대선배들과 연기에도 전혀 기죽지 않았던 엄태구는 “사실 굉장히 영광스럽고 떨렸던 순간들이다. 특히 이번 영화로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더 보람된다”고 밝혔다.

엄태구와 함께 뜬 인물도 있다. 바로 형 엄태화(35) 감독. 그는 박찬욱 감독의 ‘쓰리, 몬스터’, ‘친절한 금자씨’ 연출부를 시작으로 ‘숲’으로 2012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한 실력파 감독. 이후 ‘잉투기’로 또 한번 주목을 받았으며, 오는 11월 개봉하는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을 통해 첫 장편 상업영화에 도전한다. 이 작품에는 동생 엄태구도 출연해 형제의 호흡도 보인다.

그 어느때 보다 행복한 가을을 보내고 있는 배우 엄태구를 만났다.

- 핫 스타의 탄생이다. ‘밀정’이 낳은 최고의 배우라고 해야할까. 소감이 남다를텐데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하죠. 우선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세요. 저보다 더 많은 축하를 받고 계시거든요.(웃음) 싸인도 몇 장 해달라 해서 보내드렸어요. 지금 상황에서 체감하는 것은 아마도 토론토 영화제의 현장이었죠. 사람들이 너무 신기하게 쳐다보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태어나 비즈니스석을 처음 타봐서 좋았죠. 너무 좋아서 비행기에서 잠도 안 잤어요.

최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감독님 그리고 선배님들하고 같이 버스타고 무대인사 다녔던 것이요. 아직까지 저에겐 모든 것이 신기하고 가슴 벅찬 일이죠. 사실 버스안에서 혼자 창가를 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내가 이 분들과 같이 있다니. 맙소사!”라며 혼자 킥킥대며 좋아하고 있었어요.

- 올해로 꼭 데뷔 10년이다. 긴 무명 끝 빛을 봤다. 버틸수 있는 원동력이 있었을까

그냥 ‘배우’ 그리고 ‘연기’ 하나로 버틴 것 같아요. “하고 싶다” “해낼 수 있다” 등등. 믿음이 있었어요.

- 배역에 따라 달라보이는 외모다. 전체적으로 선이 굵다고 해야할까

그동안의 역할을 나열해 보면 다양했어요. 태국, 중국, 연변 그리고 일본 까지요. 대부분 캐릭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 기억에는 ‘밀정’의 일본 경찰 하시모토 역이죠. 외모를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그냥 아버지를 많이 닮았어요.

엄태구 송강호
영화 ‘밀정’의 엄태구와 송강호.

- ‘밀정’ 촬영 할 때 에피소드가 있다면

연기할 때야 선배님들이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마냥 좋았고요. 사실 송강호-이병헌 선배님 두 분이 촬영하시는 날, 너무 구경하고 싶어서 갔어요. “이 어마어마한 선배님을 한 앵글에서 볼 수 있다니!” 엄청 신이났죠.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제가 아직 2G폰인데, 처음으로 후회했어요. “만약 스마트 폰이 있었다면, 동영상도 찍고 사진도 많이 찍었을텐데… 아쉽다”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에요.

- 최근의 인터뷰에선 배우 송강호에 대한 고마움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감사의 말을 전한다면

정말 잊지 못할 거에요. 제가 현장에서 감정을 잘 잡지 못하면 항상 도와주셨어요. 다 받아주시고, “마음껏 해봐”라고 격려를 해주시고. 아마 송강호 선배님의 배려가 없었다면, ‘밀정’의 엄태구는 없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쑥스럽지만, 감히 말해볼게요. “선배님 사랑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 ‘밀정’을 재미있게 본 관객과 김지운 감독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진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whice1@sportsseoul.com 사진 | 프레인T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