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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 깊숙이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래퍼 산이(San E)는 올해 ‘아는 사람 얘기’부터 ‘어디서 잤어’와 ‘이별식탁’까지 세 곡을 차례로 선보이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최근에는 다른 수록곡들을 더해 앨범 ‘낫 베이스드 온 더 트루 스토리(‘NOT’ Based on the True Story)’로 인기 주가를 높이고 있다.
앨범 타이틀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수록곡들이 실연 등으로 아픔을 겪은 남자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궁금증을 일으켰다. 게다가 CD 케이스의 종이 커버를 벗겨내면 ‘낫(NOT)’이 빠진 제목만 적어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Based on the True Stroy)로 궁금증을 더했다.
산이는 “스토리 하나가 앨범 전체를 관통하게 장치했다”며 “나를 비롯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을 건드려보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그래도 실연의 아픔을 꼭 극단적으로 표현할 이유가 있을까. ‘전 여자친구에게’ 같은 경우는 연인과 헤어지고 괴로워하다가 우울증에 걸리고 한강에 투신하려고 가던 중 교통사고로 숨지고, 현장에서 발견된 일기장에 전 여자친구를 향한 마음이 기록돼 있는 이야기다. 또 다른 곡은 아예 제목이 ‘더 불행했음 좋겠다’로, 떠나간 여자를 향해 강한 욕설과 독설을 퍼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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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는 “창조하는 사람은 극단적인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소설이나 영화를 봐도 무난한 걸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극단적이고 실험적인 것도 많이 한다. 나도 내가 살을 붙여서 나만의 소설을 만든 건데 이번에는 그런 게 전체적으로 내 앨범에 관통하고 있다. 우리 부모님도 ‘뭐 이런 무서운 노래를 하냐?’며 걱정하셨다. 그래도 내 감정에 솔직하고 내 깊숙이 있는 걸 얘기하려고 했다. 소설을 읽을 때 짜릿한 묘미는 글로서 내 안에 있지만 부정하고 싶은 감정을 건드려줄 때인 것 같다. 나도 너무 깊숙한 곳에서 꺼내서 불편하고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했을 때 분명히 어떤 사람들은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소설을 보며) 느꼈던 것처럼 그런 감정을 느끼기를 기대했다”고 했다.
지난 2008년 JYP엔터테인먼트에 영입된 산이는 2010년 ‘맛좋은 산’으로 정식 데뷔했지만, 이후 이렇다할 활동 없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 8월 브랜뉴뮤직으로 소속사를 옮겨 음반을 준비하면서는 그의 말처럼 실험적인 시도보다는 좀 더 대중에게 빨리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현실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을 수도 있다.
산이는 “대중적인 취향을 따라가야한다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이별식탁’이 나온 거지, 사람들이 좋아하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건 없다. 그래도 돈이 없으니까 정말 타협하게 되더라. 내가 스스로 싸구려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굉장히 어두워졌다. 그런데 뮤지션은 힘든 게 있으니까 나오는 게 있더라. 힘드니까 무서운 것도 없고 뭐든 잡아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피한 것도 없었다”고 이번 앨범이 나오게 된 배경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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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바닥을 치고 나서 만든 곡들이 주르룩 히트 치니 기쁨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별식탁’은 나오자마자 음원 차트 1위를 했고, ‘어디서 잤니’도 꾸준히 음원 차트에서 100위 안에 랭크되고 있다.
그는 “처음에 1위라는 소식에 감탄사밖에 안 나왔다. 얼마전 읽은 책 글귀 중에 권투선수가 코너에 몰렸다가 다시 나와 경기에서 이길 때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하더라. 사람들이 나한테서도 그런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내가 잘나고 내 음악이 꼭 좋아서라기보다 나를 응원해주는 면도 있는 것 같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릴 때는 패기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기반이 있어야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걸 알았다. 기반이 없으면 타협을 하게 되더라. 지금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