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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바다 강릉에는 이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눈부신 풍경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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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어떤 풍경을 보면 꼭 연상되는 노래가 있다. 군산선 간이역 임피역에 서노라면 ‘기차와 소나무(이규석·1987년)’가 절로 흥얼거려지고 이런 식이다. 겨울에 강릉을 가면 ‘겨울바다(푸른하늘·1988년)’란 노래가 떠오른다. 속칭 ‘쌍팔년’ 노래가 지금껏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 맑은 노랫말 덕분일테다. “겨울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파도가 숨쉬는 곳에~”란 구절이 특히 와닿는다.하늘을 닮은 눈부시게 푸른 바다. 그리고 새하얀 포말을 몰고 다가오는 파도, 여름날 사람들에 가려졌던 백사(白砂)의 너른 마루. 그리고 뺨에 와 부딪히는 서늘한 바람.사실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 노래를 쓴 작곡가 유영석은 그 얼마 전 강릉을 다녀온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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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송정해변 곰솔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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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가 보고싶어서 강릉으로 향했다. 운이 좋았는지 날은 무척 맑았고 그리 춥지도 않았다. 한적한 해변을 거닐며 올 한해 쌓인 스트레스를 파도에 모두 던져버리고 올 수 있었다. 노랫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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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를 마시며 함께 바다를 본다. 겨울은 로맨틱한 계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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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내려다본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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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커피 한잔의 유혹그나마 서둘렀는데도 점심에야 도착했다. 중부와 영동고속도로는 곳곳에 공사 중이라, 저속도로라 불러야 마땅하다. 이러고도 같은 요금을 받다니…. 왠지 억울했다. 허탈함은 곧 허기로 바뀌고 뭔가를 채워야 했다. 장시간 이동 후엔 역시 짬뽕이다. 강릉에서 유명한 짬뽕집은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교동반점이고 또 하나는 초당두부촌에 있는 짬뽕순두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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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짬뽕순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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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반점 것은 이미 여러번 먹어봤으므로 짬뽕 순두부를 택했다. 마침 점심 때가 살짝 지나 줄이 길지 않았다. 글자 그대로 짬뽕 국물에 순두부가 들었다. 매콤한 양념이지만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베이스로 깔렸다. 한그릇 뚝딱 비우고 달려간 곳은 안목해변. 커피거리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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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바다를 즐기는 여행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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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언제나 맛있지만 겨울에 특히 좋다. 뜨거운 온기와 진한 향이 진가를 발휘할 때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마시는 커피는 회사 탕비실의 것보다 더욱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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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바닷가에 줄지은 자판기로 유명한 강릉 안목해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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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애틀?, 아무튼 강릉은 커피의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한때 60~70대에 육박했던 안목해변의 자판기가 한몫했다. 강릉 시민들은 차를 타고 해변에 와 자신의 단골(?)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마시는 여유를 이미 알고있고 있었다. 자판기가 유명해지자 커피숍들이 생겨났다. 상대적으로 시내와 가깝고 한적한 안목해변이 커피 해변으로 탈바꿈했다. 일찌감치 바리스타들이 강릉에 정착한 것도 강릉 커피 문화가 자랄 수 있도록 한 자양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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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안목해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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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이 늘어난만큼 자판기는 줄었다. 아직도 몇군데 남았다. 조망이 좋은 커피숍을 골라 올라가 따뜻한 카페라떼를 즐겼다. 비강(鼻腔)에는 달콤한 향기, 입엔 쌉쌀하고 부드러운 갈색 액체가 흘러가는 동안. 정말 눈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한눈에 가득찬다. 그래, 이맛에 겨울바다에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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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돌해변의 조각상 같은 바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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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바다 위 미술관같은 분위기의 소돌해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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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돌해변 앞바다에는 천연풀장이래도 좋을 소(沼)가 숨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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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결핍증에 대한 완벽한 처방영동의 중심도시 강릉은 북쪽으론 주문진, 남쪽으론 정동진, 옥계까지 기나긴 해안선을 끼고 있다. 서편으론 씩씩하고 기세좋은 백두대간 대관령이 버티고 선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시내와 가까운 곳엔 경포호와 경포대 해변, 그리고 송정과 강문, 안인, 사근진, 사천진 등 경치좋은 해변이 수두룩하게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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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돌해변에서 동해를 조망할 수 있는 해안경비초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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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솔 송림이 매력적인 송정해변에 숙소를 잡고 북쪽으로 먼저 달려갔다. 주문진 인근 소돌해변은 기암괴석이 바다에 늘어선 흔치않은 풍경으로 이름났다. 군 해안경비초소가 있던 곳이 지금은 바다에 목마른 이들에게 필수 방문코스로 자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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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진 해변 서쪽으로 해가 지고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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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풀장이래도 충분한 소(沼)가 해변 물속에 형성되어 있고, 사방에 힘차게 솟아오른 바위는 유려한 곡선미를 함께 품고 있다. 해식애 위에는 전망대 구실을 하는 해안 망루 초소가 그림같이 서있고 아래엔 조각같은 바위들이 오똑오똑 섰다. 소돌해변에선 드넓은 주문진 해변도 한눈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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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암괴석이 늘어선 소돌해변의 풍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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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녘 주문진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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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시장을 갔다. 영동 제일로 꼽히는 주문진수산시장은 바닷가 도시의 정취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도루묵, 장치, 도치, 곰치, 양미리 등 동해에서 나는 제철 해산물을 비롯해, 그 유명한 주문진 오징어에다 ‘진짜 노르웨이산 고등어’까지 만날 수 있다. 길가에 늘어선 젓갈과 건어물 상점은 내륙 도시에서 온 여행자로선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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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진어시장의 활기찬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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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원산의 딱 중간지점에 위치한 주문진항은 동해 뱃길의 중간 기착항으로 개발된 곳이다. 현재는 다목적 항으로서 동해바다 어선의 모항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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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루묵과 양미리, 오징어 등 생선을 구워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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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앞 포장마차를 지나칠 수 없었다. 숯불에 도루묵을 굽고있었기 때문이다. 한입 베어물면 꽈득꽈득 뜨거운 알이 톡톡 터지는 알배기 도루묵은 이글이글 세빨간 숯불 위에서 얌전히 돌아누워있다. 구수한 양미리도 생물 오징어도 배불뚝한 도루묵 곁을 지키고 있다. 도루묵 4마리, 양미리 4마리, 오징어 1마리…, 석쇠에 구운 생선 9마리가 도합 2만원. 어찌 지나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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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싱하고 맛있는 생선숯불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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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갈비를 뜯듯 양손으로 집어들고 와구와구 정신없이 먹고나니 어느새 어둠이 짙어 송정 숙소로 돌아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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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중앙시장 광덕시장은 오랜 세월 소머리국밥으로 지역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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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엔 맛난 먹거리가 많다. 장칼국수. 강릉명동칼국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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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의 맛난 먹거리 바로방의 소보루 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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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의 중심 강릉을 맛보다강릉은 맛난 먹거리가 지천이다. 영동에서 가장 큰 도시니 시장도 잘 된다. 예전엔 양양과 평창에서도 강릉 중앙시장까지 장을 보러 왔다고 한다. 중앙 시장 안 먹자골목이 일품이다. 생선만 즐겨먹는 줄 알았더니 소머리곰탕도 유명하다. 중앙시장 안에 들어서면 성남시장이라고 연결되는데 이곳이 이른바 먹자골목이다. 소머리국밥으로 유명한 광덕식당, 옹심이와 장칼국수를 잘하는 강릉명동칼국수, 한그릇에 3000원짜리 칼국수를 파는 성남칼국수 등이 유명하다.
광덕식당은 소머리국밥과 닭국밥, 순대국밥, 내장국밥 등을 판다. 시커먼 가마솥에서 소머리를 연신 건져올리고 있다. 국물 한수저를 뜨고 나서 더 볼 것 없이 당장 밥을 말았다. 담백하고 구수한 국물도 일품이지만 시원한 김치 맛이 특히 좋다. 후추만 슬쩍 뿌리고 뚝배기에 코를 박는다. 젤리처럼 생긴 수육도 푸짐하다. 한 수저에 하나씩 올릴 정도다.
동해안 마을을 돌다보면 시장마다 있는 것이 바로 장칼국수다. 칼칼한 양념에 팔팔 끓여낸 뜨겁고 매콤한 국물을 영동 사람들이 특히 즐기는 모양이다. 강릉도 장칼국수가 유명하다.
아침부터 3000~4000원이면 푸짐한 장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 바로 면을 삶아 장국에 말아내는 장칼국수. 김을 모락 피워내는 시뻘건 색 국물이 입맛을 자극한다. 두툼한 근육질 면을 후루룩 빨아들인다. 간밤의 허기를 재우고 온기를 보탠다. 그동안 맛봤던 고추장이 아니다. 보기보단 달지 않아서 좋다. 짜지도 않아 시원한 김치를 두르기에도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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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바로방’. 샐러드와 소시지가 든 야채빵과 소보루빵이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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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건너 중앙로는 강릉의 중심부, 서울로 따지면 명동 격이다. 이곳에 30년 전통의 빵집이 있대서 찾아갔다. ‘바로방’. 유명 빵집이라해서 근사한 베이커리가 아니다. 앉을 자리도 없이 반죽을 치는 주방과 오븐, 튀김솥만 겨우 놓여있는 곳이다.
샐러드와 소시지가 든 야채빵과 소보루빵(곰보빵)이 유명하다. 개인적으론 소보루 빵에 흠뻑 빠졌다. 그동안 겪었던 소보루빵은 고물이 빵 위에만 얹혀있는데 이곳은 사방이 고물에 둘러싸여 있다. 한판 씩 굽는데 빵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을 정도다. 그리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 갓 구워내 부드러운 빵을 얼싸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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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호젓한 정동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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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에서 내리면 정동진 해변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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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입에 물고 중앙로 거리를 누빈다. 어젯밤 본 경포호의 차분한 야경이며, 연말연시 특수를 앞둔 정동진의 호젓한 분위기 모두 얼마지나면 잊혀지겠지만, 강릉에서 채운 먹거리는 두고두고 떠오를 것 같다.
demory@sportsseoul.com
여행정보
●가는 길=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몇몇 공사구간만 제외하면 좀더 빨라질 게 확실하다. 강릉시청 관광과(033)640-5420.
●둘러볼만한 곳=율곡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오죽헌, 이내번이 1703년에 지은 조선 후기 상류주택 선교장, 평창동계올림픽 홍보관,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 하슬라아트월드 등.
●여행상품=강원도의 설경과 올림픽 열기까지 체험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버스·철도여행 전문 우리테마투어(www.wrtour.com)가 출시한 ‘미리 가보는 2018평창 강릉 로드체험’상품은 강릉에서 쇼트트랙을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포함했다. 16~18일에는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빙상 종목 첫 번째 테스트 이벤트 ‘2016/2017 강릉 ISU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를 참관할 수 있다. 1만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의 첨단 아이스링크 관중석에서 한국 심석희와 러시아 안현수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박진감과 스릴넘치는 레이싱을 감상한다. 12월 16~18일 남녀 500m 등 10개 종목 경기가 열린다. 국내 대표적인 설경 관광지인 대관령 양떼목장과 허브나라도 둘러본다.
12월 한달간 매주 토·일요일 출발, 강릉 아이스아레나 쇼트트랙 월드컵대회(경포대)경기 참관 후 평창 대관령양떼목장과 봉평 허브나라를 다녀오는 당일 일정이다. 쇼트트랙경기 입장료 포함 지원특가 1인 1만9900원에 다녀올 수 있다. 문의 (02)733-0882
●잘곳=경포대에 위치한 호텔 현대(대표 고승환) 강릉 씨마크 호텔은 가족·연인과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크리스마스 패키지’와 다채로운 이벤트를 선보인다. 16~25일 이용하는 이번 패키지는 강릉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객실, 조식(2인)과 미니바, 노천스파와 실내스파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써멀 스위트(사우나), 클럽 인피니티(사계절 온수풀), 키즈클럽 등 풍성한 호텔 이용 혜택과 더불어 크리스마스 파티에 빠질 수 없는 컵케이크 세트, 스페인산 스파클링 와인인 호메세라 까바 1병을 함께 제공한다. 프리미엄 디럭스 객실 기준 49만원부터. 문의(033)650-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