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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뜨뜻미지근한 모습 올해는 보지 말자.”
KIA 김기태 감독이 훈련을 마치고 이동하던 박경태를 불러 세웠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경태는 올시즌 불펜에 힘을 보태야할 즉시전력감이다. 150㎞에 가까운 빠른공을 갖고 있지만 소극적인 경기운용으로 좀처럼 성장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성적이고 유순한 성격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김 감독은 “마운드 위에서는 더 뜨거워져도 된다. 불이 활활 타오르도록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에 미소를 짓던 박경태가 “자신있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답하자 본격적인 정신교육이 시작됐다. 김 감독은 “퍼펙트피칭이나 노히트 노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점수 안줄 수 있느냐”고 몰아친 뒤 “2점대 방어율 만들 수 있나”라고 압박했다. 계속 “아닙니다”라며 고개를 가로 젓던 박경태는 “2점대 방어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랜디 존슨 알지?”라고 받아쳤다.
208㎝ 장신인 랜디 존슨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공격적인 투구로 유명했다. 장신에서 뿜어져나오는 각이 살아있는 빠른공과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으로 빅리그를 평정했던 전설이다. 박경태도 ‘2군에만 가면 랜디 존슨 놀이를 한다’는 평가를 받은 터라 모르지 않는다는 표정. 김 감독은 “랜디 존슨이 힘없이 유인구를 던지거나 이리저리 빙빙 돌아가며 볼배합 하는 것 봤는가. 어차피 줄 점수라면 ‘에라이 쳐 버려라’하고 대차게 던져야 한다. 빠른공을 가진 투수가 겁날 게 뭐가 있는가. 홈런을 맞고 실점하더라도 던지는 모습이 시원시원하면 팬들도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박경태는 “옙!”이라고 크게 대답한 뒤 미소를 머금고 다음 훈련 장소로 이동했다.
김 감독은 “좋은 재능을 가진 투수들 중에 소심한 선수들을 보면 답답하다. 요즘 선수들은 조금만 성적을 내면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는가. 타자를 만나면 ‘돈이다!’라고 생각하고 대차게 던져야 한다. 맞더라도 자신있게 던지면 결국은 투수가 이긴다. 타자는 성공기준이 30%이지만 투수는 70%를 먹고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필승조 구축이 절실하다는 의미가 담긴 안타까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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