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루지 대표팀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에 선수를 내보내는 쾌거를 일궈냈다. ‘불모지’ 한국 루지에도 조금씩 꽃이 피고 있다.
루지는 선수가 썰매에 누운 채 얼음 트랙(슬라이딩 센터)을 질주, 속도로 순위를 겨루는 종목이다. 최고 시속 160㎞에 이를 만큼 짜릿한 스피드가 매력이다. 대한루지경기연맹은 9일 “국제루지경기연맹(FIL)으로부터 모든 종목에 출전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남·녀 싱글과 남자 2인승, 팀 계주 등 네 종목에 모두 출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소치올림픽에서 신설된 팀 계주 종목에서의 강세(세계 9위)와 아시아 국가 쿼터를 늘리려는 FIL의 정책이 어우러져 전 종목 출전으로 연결됐다.
얇은 선수층을 감안할 때, 이번 전 종목 출전은 쾌거라 볼 수 있다. 올 초 루지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총 30명. 현 대표팀 선수들 말고는 현역으로 활동하는 이가 거의 없는 셈이다. 이번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대표팀 선수들도 2010 밴쿠버 올림픽 이후 처음 루지를 접한 경우다. 여자 싱글 최은주와 남자 2인승 박진용은 2010년 호기심 반으로 선발전에 출전했다가 대표가 됐다. 여자 싱글 성은령과 남자 싱글 김동현은 이듬 해 합류한 경우다. 환경도 열악하다. 국내엔 얼음 트랙이 하나도 없고, 평창에 스타트 경기장이 하나 있을 정도다.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는 올해 착공해 내년까지는 활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루지 대표 선수들은 여름에 얼음 대신 아스팔트 트랙을 달리며 감각을 쌓았다. 겨울엔 유럽을 돌아다니며 실전 경험을 축적한 끝에 올림픽 전 종목 출전 목표를 달성했다.
루지경기연맹 관계자는 “독일 출신의 슈테펜 자르토르 코치 영입 효과가 컸다. 선수들이 체계적으로 기술을 배우고 자신의 몸에 맞게 썰매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롯데와 한국지역난방공사, 하나금융그룹의 지속적인 후원도 힘이 됐다”며 “소치에서는 팀 계주에서 10위 안에 드는 게 목표다. 이후 평창 올림픽에서 우리가 홈 트랙을 쓰는 만큼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