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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마법같은 변신에 성공한 kt가 첫 번째 고비를 만났다.
kt는 지난 2년 동안 꼴찌에 머물렀지만 올시즌 초반 7승1패의 고공비행을 하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섰다. 팀 타율 0.209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서도 탄탄한 마운드의 힘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kt의 팀 방어율은 1.00이다. 매 경기 단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는 얘기다. 돈 로치와 라이언 피어밴드 등 외국인투수 2명이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좌완 정대현이 괄목상대한 기량으로 2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피어밴드는 9일 삼성을 상대로 시즌 첫 완봉승을 일궈냈다. 22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불펜도 풍족하다. 심재민, 엄상백 등 선발경쟁을 하던 젊은 피에 이상화가 연결고리 구실을 톡톡히 해주고 장시환과 조무근이 특급 셋업맨으로 뒤를 받쳤다. 대포알 같은 직구에 변화구까지 장착한 김재윤은 이제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그러나 야구는 투수가 아무리 잘해도 야수들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 이길 수가 없다. 더구나 장기 레이스라면 타선의 지원 없이는 버틸 수가 없다. kt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kt가 8경기 동안 뽑은 득점은 고작 25점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다. 가장 많은 점수를 거둬들인 롯데(56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팀 타자들 가운데 가장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던 장성우(27)가 덜컥 부상의 덫에 걸렸다. 장성우는 지난 9일 삼성전에 5번타자 포수로 선발출장했다가 6회말 공격 때 타석에서 갑자기 허리에 통증을 느껴 교체됐다. 장성우는 홈런 1개를 포함해 9타수 4안타 타율 0.444의 맹타를 휘두르던 중이었다. 팀내에서 가장 많은 8타점을 쓸어담으며 kt의 답답한 공격에 숨통을 틔워준 해결사 구실을 톡톡히 했다. 게다가 포수로서도 한창 주가를 올리던 중이었다. 실제로 피어밴드는 6회까지 퍼펙트행진을 이어가다 장성우가 물러난 뒤 만난 첫 타자 박해민에게 안타를 허용해 대기록에 도전하지 못했다. 예기치 않은 핵심선수의 부상은 한창 달아오르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불행중 다행으로 장성우는 10일 오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단순 근육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kt는 “일단은 엔트리에서 말소하지 않고 1군에서 함께 훈련하기로 했다. 대타 정도로는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포수 출장 여부는 경과를 지켜보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장성우가 예전에도 허리 디스크 증상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언제든 허리 통증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장성우의 부상을 떠나 극과 극으로 갈려진 투타의 밸런스를 회복하려면 하루 속히 무뎌질대로 무뎌진 타선이 동반상승해야 한다. 그동안 타선의 뇌관이었던 장성우가 당분간 출격하기 어렵다면 결국 기댈 곳은 베테랑들 밖에 없다. 이진영, 유한준, 이대형 등 노련한 베테랑의 힘이 필요한 시점인데 이진영은 타율 0.238, 유한준은 0.207, 이대형은 0.231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베테랑들의 ‘마법봉’이 터져야 kt가 첫 번째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
jin@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