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히딩크
아름다운 사제관계. 벌써 11년 전 일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3년 2월14일 PSV 지휘봉을 잡고 갓 입단한 박지성에게 훈련 도중 지시하고 있다. 에인트호번(네덜란드) | 강영조기자kanjo@>20030214

지난 10일 오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입원 중인 서울 논현동 서울제이에스병원에 꽃다발 든 사람들이 나타나 그를 찾았다. 박지성 아버지 박성종 JS 파운데이션 상임이사 등 박지성 측 인사들이었다. “‘싸부님’이 수술하셨다는데 와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웃은 박 이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입원실로 향한 뒤 10분간 히딩크 감독을 만나고 돌아갔다. 박지성이 와야하는 자리였지만 그가 소속팀 PSV에인트호번의 스페인 전지훈련에 참가하는 관계로 박 이사 등 측근들이 병문안을 대신 갔다. 히딩크 감독은 애제자 박지성을 향해 과연 어떤 얘기를 남겼을까.
◇“지성, 지금이 더 낫다”
박지성은 지난 해 여름 잉글랜드 퀸즈파크 레인저스를 떠나 친정인 네덜란드 PSV로 돌아갔다. 마침 히딩크 감독도 지난 해 여름 러시아 안지 감독에서 물러나 고국에서 쉬고 있다. 둘은 지난 달 PSV 훈련장에서 한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히딩크 감독이 ‘지성이가 스페인에서 운동 잘 하고 있냐’며 안부를 묻더라”는 박 이사는 “‘지성이도 무릎이 아팠지만 아직 어린 애 아닌가. 난 늙어서 이번에 꼭 나아야 한다’는 말을 유쾌하게 전달하셨다”고 덧붙였다. 히딩크 감독은 이어 현재 박지성의 경기력 등을 거론했다. 그는 박 이사에게 “내가 PSV 감독으로 지성이를 데리고 있을 때보다, 지금 더 잘 하는 것 같다. 지금이 더 좋다. 무엇보다 박지성이 정신적으로 편하게 뛰는 게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3년 1월 박지성을 일본 교토 퍼플상가에서 데려와 팀 리빌딩의 일원으로 삼았다. 당시 기량이 덜 익었던 박지성은 PSV 홈 팬들로부터 많은 야유를 받았으나, 굳은 정신력을 발휘해 이를 이겨냈다. 여기에 히딩크 감독의 변함 없는 지지도 큰 힘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10여년 전 기억을 떠올리고는 마음 편히 뛰는 박지성의 지금 모습에 더 후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다만 대표팀 복귀 문제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박지성 측도 “그에 대해선 별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결혼식 참석하겠다”
또 다른 화제, 박지성의 결혼에 대해서도 히딩크 감독은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일단 오는 5월 이후 예정된 박지성의 결혼식 참석을 약속했다. 박 이사는 “월드컵이 6월에 있다보니 축구인 입장에서 6월 결혼식은 어렵다. 5월 말 아니면 7월에 해야 하는데 히딩크 감독은 ‘언제든 꼭 한국에 와서 지성이 결혼식을 보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혼 상대(김민지 SBS 아나운서)가 누구인지도 묻더라. 사진을 보여드렸는데 ‘여기 아나운서가 많아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는 농담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지성 결혼식 때 히딩크 감독이 축하를 보내는 아름다운 모습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에게 히딩크는 어떤 존재일까. 박 이사는 “진짜 스승이다. 히딩크 감독이 없었다면 유럽에서 실패했을 것이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못 갔을 것이다. 오늘도 ‘박지성의 향후 진로가 어떻게 되느냐,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지성이의 앞날을 항상 걱정해 준다”고 설명하고는 일행과 함께 총총히 병원을 떠났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