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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땅볼 유도형 투수들이 주말 그라운드를 후끈 달궜다.
지난 달 30일 현재 땅볼/뜬공 비율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주인공은 kt 고영표다. 고영표는 땅볼 2.65개당 뜬공 1개로 두산 장원준(2.22), 삼성 재크 페트릭(2.19), kt 돈 로치(2.08) 등에 넉넉하게 앞서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땅볼/뜬공 비율이 2를 넘은 투수는 이들 네 명 뿐인데 고영표와 장원준, 페트릭이 마치 약속이나 한듯 29일 동시에 선발출격해 나란히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고영표는 29일 LG를 상대로 데뷔 이후 첫 완봉승을 거뒀다. 9이닝 동안 6개의 안타를 내줬지만 고비마다 땅볼을 유도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지난해까지 주로 불펜에서 활약했던 고영표가 9이닝을 던진 것도 이날이 처음이었다. 1회부터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정상호의 번트 타구를 직접 잡아 3루로 송구해 선행주자를 잡아냈고 손주인의 타구를 2루수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무사히 이닝을 마쳤다. 5회에도 선두타자 양석환을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켰지만 정상호를 유격수 병살타로 솎아냈다.
27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두 차례의 병살을 포함해 모두 16개를 땅볼로 잡아냈고 6차례는 삼진으로 처리했다. 뜬공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린 것은 5차례 뿐이었다. 4회와 6회에는 모두 땅볼로 이닝을 마쳤을 정도였다.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등 살짝 가라앉는 구종으로 한창 달아오른 LG 타자들의 방망이를 살짝살짝 비켜나갔다. 정타는 드물었고 배트 끝에 걸려 땅볼이 되거나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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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몸값이 저렴한 외국인투수인 페트릭은 눈부신 호투로 팀의 8연패를 끊었다. 검증된 외국인투수 메릴 켈리와의 부담스런 맞대결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도 땅볼 유도였다. 페트릭 역시 땅볼 유도에 적합한 커터와 투심패스트볼로 거포들이 즐비한 SK 타자들의 노림수를 절묘하게 피했다. 2회 연속 볼넷으로 1사 1, 2루 위기를 맞았을 때 나주환을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했고 4회에도 무사 1루서 3루수 병살타를 끌어냈다. 6회까지 1실점으로 막는 동안 18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12개를 땅볼로 잡아냈고 삼진으로 5번 돌려세웠다. 5회 최정의 중견수 플라이가 뜬공으로 처리한 유일한 아웃카운트였다. 앞선 5차례 선발등판에서 3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충분한 득점지원을 받지 못했던 페트릭은 뒤늦게 시즌 첫 승에 입맞춤했다.
장원준은 롯데를 상대로 5이닝 1실점으로 잘 버텼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장원준의 역투를 발판삼아 두산은 5-3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장원준은 지난해에도 땅볼유도 부문 3위에 올랐을 정도로 타자들의 땅볼을 끌어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다. 이날도 3회 무사 1, 2루에서 문규현과 김동한을 포수 땅볼과 2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김사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4회 2사 1, 2루서도 이대호를 포수 땅볼로 처리했다. 5개의 안타와 4구 6개를 내줬을 정도로 컨디션은 바닥이었지만 땅볼 유도 능력이 번번이 벼랑 끝에서 그를 건져냈다.
반면 30일 LG전에서 고영표에게 선발 바통을 물려받은 로치는 29일까지 땅볼/뜬공 비율 2.19를 기록했지만 자신의 장기를 살리지 못해 5이닝 동안 3실점(2자책)하며 무너졌다. 1회 김용의에게 3루타, 2회 오지환에게 2루타 등 장타를 허용하더니 4회에는 오지환에게 솔로홈런을 두들겨 맞았다. 마음대로 타자들과의 승부를 끌고가지 못하면서 평정심이 무너졌고 결국 견제 실책과 폭투 등으로 자멸했다. 등판할 때마다 땅볼 유도에 유리한 싱커의 비중을 점차 늘려갔는데 지난 달 25일 NC 제프 맨쉽과 선발 맞대결을 펼칠 때는 직구는 4% 남짓이었고 싱커가 75%에 육박했을 정도였다. 지나치게 땅볼을 의식한 것이 이번엔 독이 된 모양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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